김재호 기자
건국대학교 윤기로 교수(재료공학과) 연구팀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초박막 강화복합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최상위 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Impact Factor 26.0, JCR 상위 2.5%) 1월호에 게재됐으며, 해당 호 표지(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Advanced Energy Materials’ 제16권 4호 앞표지
수소연료전지는 승용차를 넘어 트럭·버스 등 중·대형 상용차와 트램, 선박, 항공기 등으로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장시간 안정적 운전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전해질막(분리막)의 성능과 내구성이 필수적이다. 분리막은 연료전지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면서 수소이온(프로톤)만 선택적으로 전달하고, 수소 기체의 직접적인 혼합과 누설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출력 밀도, 수명, 안전성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평가된다.
산업계에서는 분리막을 박막화해 전기저항을 낮추면서도 기계적 강도와 치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기술적 과제로 꼽혀왔다. 현재는 다공성 지지체로 기계적 강도를 보강한 강화복합막이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기존 ePTFE(팽창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기반 지지체는 이미 제조된 고분자 필름을 연신해 미세기공을 형성하는 톱다운(Top-down) 공정으로 생산돼 기공 구조의 정밀 제어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막 두께를 줄일 경우 수소 크로스오버 증가와 내구성 저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해왔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방사(electrospinning)와 이축연신(biaxial stretching) 공정을 결합한 새로운 분리막 구조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전기방사는 고분자 용액에 고전압을 인가해 나노미터 직경의 섬유를 형성하는 기술로, 섬유 직경과 기공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내열성·내화학성이 우수하고 마찰계수가 낮은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나노섬유 지지체를 전기방사로 제조한 뒤, 재결정화 및 열처리 과정을 통해 섬유 간 결합을 강화했다. 이후 지지체 내부에 수소이온 전도성 고분자인 이오노머를 고밀도로 함침시키고, 두 방향으로 균일하게 연신하는 공정을 적용했다. 나노섬유 부직포 매트를 3배 연신한 결과 전체 두께는 약 9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동시에 내부 공극률은 증가해 이오노머가 지지체 전반에 균일하게 분포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로써 두께 약 19.8마이크로미터(µm)의 초박막 구조임에도 높은 기계적 강도와 치수 안정성, 우수한 수소 차단 특성을 동시에 확보한 강화복합막이 완성됐다. 해당 분리막은 상용 제품인 ‘Nafion XL’보다 더 얇은 구조이면서도, 습윤 조건에서의 형태 안정성과 수소 기체 투과 억제 성능에서 우수한 특성을 보였다.
단전지 성능 평가에서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개발된 분리막을 적용한 연료전지는 0.6V에서 2.786A·cm⁻²의 전류밀도와 최대 출력밀도 1.986W·cm⁻²를 기록해 기존 상용 강화막 대비 향상된 성능을 나타냈다. 또한 습윤·건조 반복 내구 시험에서 2만1000회 이상 사이클 구동 후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수소 크로스오버 전류는 0.4V 기준 3mA·cm⁻² 이하로 유지돼 미국 에너지부(DOE)의 차량용 분리막 내구 기준을 충족했다. 이는 박막화와 내구성 사이의 기존 트레이드오프를 동시에 해결한 ‘초박막·고내구’ 구조 구현 사례로 평가된다.
윤기로 교수는 “전기방사는 소재 선택의 폭이 넓고 나노섬유의 직경·밀도·구조를 정밀 제어할 수 있어 산업적 확장성이 높은 공정”이라며, “전기방사 기반 나노섬유 지지체에 연신 및 열처리 공정을 결합하면 공극률과 두께, 강도를 목적에 맞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연료전지 분리막 분야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박막화와 내구성 간 상충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 성과”라며 “수소전기차는 물론,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시스템 등 다양한 에너지 응용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건국대 윤기로 교수를 비롯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과정생과 서울대학교 성영은 교수팀 이경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준 박사, 경희대학교 김정 교수, 한양대학교 최선진 교수 연구팀이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연료전지 핵심 부품 분야에서 국내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