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효성중공업이 미국 전력시장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 성과를 거뒀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주요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한국 전력기기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에서 765kV 초고압 변압기와 800kV 초고압 차단기를 포함한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도 대형 수주를 이어가며 미국 초고압 송전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 변압기/사진=효성중공업 제공
최근 미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기차 보급 증가 등으로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약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요 전력 사업자들은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로 효율적으로 송전할 수 있는 765kV 송전망 구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765kV 송전망은 기존 345kV나 500kV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초고압 변압기의 약 절반을 공급한 기업으로, 2010년대 초부터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수주를 통해 미국 765kV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765kV 초고압 변압기뿐 아니라 800kV 초고압 차단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단순 기기 제조를 넘어 초고압 송전망 구축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미국 전력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765kV 초고압 변압기는 고도의 절연 설계 기술과 엄격한 시험·검증이 요구되는 고난도 전력기기다. 효성중공업은 2001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10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에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수출했다.
현재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변압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 공장은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지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창원공장의 품질 관리 체계와 생산 노하우를 멤피스 공장에 동일하게 적용해 현지 생산 경쟁력을 높였다. 구매, 설계, 생산 전반에 걸친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지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 기술대학과 협력해 교육 및 경력 개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형 수주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미국 시장 중심 전략이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미국 에너지·전력업계 주요 경영진 및 정·관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효성중공업의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 왔다.
조 회장은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 됐다”며, “미국 내 생산 거점과 초고압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국 전력망 안정화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인수한 이후 증설을 포함해 총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완료되면 해당 공장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효성중공업은 2025년 기준 매출 5조9685억원, 영업이익 747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수주 잔고는 1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아울러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2027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창원공장에 HVDC 변압기 전용 공장을 구축 중이며, 이를 통해 효성중공업은 시스템 설계부터 핵심 기자재 생산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의 HVDC 토털 솔루션 제공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