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차량 주변의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까지 감지해 주행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첨단 센싱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기아는 29일 초광대역 무선통신 기술인 UWB(Ultra-Wide Band)를 활용해 차량 주변 장애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밀 파악하는 주행 안전 기술 ‘비전 펄스(Vision Puls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Vision Pulse 작동 그래픽/이미지=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비전 펄스는 차량에 탑재된 UWB 모듈이 전파를 송출하고, 주변 차량·오토바이·자전거·보행자 등 UWB 모듈을 보유한 객체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상호 간 신호 도달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상대 객체의 정확한 위치를 산출하고, 충돌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를 제공함으로써 사고 예방에 기여한다.
해당 기술은 별도의 UWB 모듈을 차량에 추가 장착해 적용할 수 있으며, ‘디지털 키 2’가 적용된 차량의 경우 이미 UWB 모듈이 탑재돼 있어 추가 장치 없이도 활용 가능하다.
UWB는 기가헤르츠(GHz) 대역의 초광대역 전파를 사용해 다른 전파와의 간섭이 적고 회절 및 투과 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도심 교차로와 같이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반경 약 100m 이내의 객체 위치를 최대 10cm 이내 오차로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도 99% 이상의 탐지 성능을 유지하며, 1~5밀리초(ms) 수준의 초고속 통신이 가능해 실시간 안전 관리에 유리하다.
현재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을 결합한 센서 융합 기반 사고 예방 기술은 다수의 기업이 개발 중이지만, 시야 밖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한 장애물 감지 기술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이 사각지대 감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도로 구조물에 고정형 장치를 설치하거나 통신 속도가 느린 전파망과 영상 데이터에 의존해 정확도와 처리 속도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기아는 비전 펄스가 UWB 기반의 정밀·고속 통신을 활용하고, 기존 차량에 적용된 모듈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교적 저렴한 UWB 모듈 특성상 라이다나 레이더 등 고가 센서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주행 안전 보조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기아는 주변의 다수 객체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각 객체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기술 활용성을 한층 높였다.
비전 펄스는 차량 주행 안전 보조를 넘어 다양한 산업 및 공공 분야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산업 현장에서 지게차 등 모빌리티에 적용할 경우 작업자와의 충돌 사고를 예방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으며,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매몰자의 위치를 구조 요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데에도 활용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비전 펄스의 기술적 특징과 활용 사례를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Sight beyond Seeing: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이라는 제목의 해당 영상에는 유치원 통학 버스에 비전 펄스를 시범 적용해 어린이 안전을 확보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어린이가 휴대하기 쉽도록 UWB 모듈을 수호신 캐릭터 키링 형태로 제작하고, 수면 무드등 기능을 결합해 취침 전 자연스럽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비전 펄스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현대차·기아의 철학이 담긴 기술”이라며, “무한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산업의 경계를 넘어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2025년부터 기아 PBV 컨버전센터(경기도 화성시) 생산라인에 비전 펄스를 적용해 지게차와 작업자 간 충돌 사고를 예방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부산항만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산항 터미널과 배후단지 현장에서 산업 모빌리티와 작업자 간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한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기술 검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