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국가유산청은 어민들의 필수 생활지식으로 오랜 세월 향유되어 온 「물때지식」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금강의 물때를 기록한 해조문 바위/사진=국가유산청 제공
「물때지식」은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 주기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전통적 지식체계로, 지구와 달의 인력에 의해 발생하는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일정한 주기를 역법(曆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지식체계는 자연환경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통 지식과 천문 지식이 결합되어, 어업 활동은 물론 염전과 간척, 노두(섬과 섬 사이 갯벌에 돌을 깔아 두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뱃고사(항해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 등 해안 지역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정보로 활용되어 왔다.
『고려사』에는 하루 단위의 밀물과 썰물에 대한 기록이, 『태종실록』에는 보름 주기의 물때 명칭이 등장하는 등, 조선시대 이전부터 15일 주기의 물때 순환체계가 인식되고 이용되어 왔음이 확인된다.
조선 후기에는 강경포구의 조석 현상을 바위에 새겨 기록하거나, 실학자 신경준이 「조석일삭진퇴성쇠지도」를 제작해 조강(한강 하류)과 제주, 중국 절강과 오월 지역의 조석 시간을 비교하는 등 지역별 독자적 물때체계를 탐구했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과 남해안 주민들에게 물때 지식은 생활 필수 정보이자 어촌의 생업과 해양문화 연구의 기초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한물·두물 등 ‘숫자+물(마·매·무새)’의 구성 방식과 ‘게끼·조금·무수(부날)’ 등 지역별 명칭 차이는 물때 지식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물때지식」이 ▲ 조선시대 이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기록성, ▲ 해양문화·민속학·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 기여, ▲ 해안 지역에서의 보편적 활용, ▲ 현대의 물때달력 및 앱 활용 등 생활적 연속성 측면에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때지식」은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지정하지 않고,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에서 종목 명칭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