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지난 20일 COP30 블루존 공식 행사에 참여한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사진=WWF) 제공
브라질 벨렝에서 22일(현지시간)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핵심 의제인 화석연료 감축과 산림 파괴 중단을 위한 공식 로드맵 합의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WWF(세계자연기금)는 이번 회의가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국제 무대임에도 구조적 전환을 이끌 합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COP30은 관측 이래 처음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연간 기준 1.5°C를 초과한 이후 열린 기후 정상회담이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회의 결과는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장국 브라질은 △화석연료 감축 협력 가속화 △산림 파괴 종식을 위한 국제 논의 체계 구축 △열대우림보전기금(Tropical Forests Forever Facility, TFFF) 신설 △원주민·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일부 내용은 합의문 서문에 포함되며 국제적 논의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WWF는 “핵심 전환 조치가 공식 합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은 근본적 한계”라고 분석했다.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이자 COP20 의장을 지낸 마누엘 풀가르-비달은 “COP30은 ‘진실의 COP’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화석연료 문제조차 공식 문서에 명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과학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정부들이 등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적응(adaptation)과 기후재원(finance) 부문 또한 실질적 진전 없이 마무리된 점이 지적됐다.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정책 총괄 페르난다 데 카르발류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출범과 액션 아젠다 개편 등은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 기후 취약국 지원을 위한 적응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기후재원 확대는 끝내 최종 문서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협정 체결 10주년이자 전환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할 중요한 해에 국제사회가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한국WWF 박민혜 사무총장은 “일부 진전에도 여전히 핵심 과제와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확인한 회의였다”며, “특히 화석연료 전환과 산림 파괴 중단 로드맵이 합의문에 반영되지 못한 점은 뼈아픈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한국이 COP30에서 탈석탄동맹 참여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실행 계획과 산업·무역 구조 전환 전략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로드맵과 기후재원 확대 전략은 향후 기후 리더십 확보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