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C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자동차 전장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차세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공개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화인터텍의 디스플레이 광학 모듈이 적용된 에피톤(Epitone)의 ‘미러리스 3D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 HUD)’ 기술이 아우모비오(AUMOVIO) 부스를 통해 공식 공개되며, 차량 앞유리를 단순한 정보 표시 영역이 아닌 ‘공간 컴퓨팅’ 플랫폼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이번 CES 2026에서 주목받은 변화는 전기차 성능 경쟁을 넘어, 운전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차량 내 시각 인터페이스의 진화다. 그 중심에 선 기술이 바로 ‘차세대 미러리스 3D AR HUD’다.
아우모비오와 에피톤이 초소형 3D AR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이미지=아우모비오 제공
해당 기술은 2025년 9월 콘티넨탈 그룹 오토모티브 사업부에서 분사해 출범한 아우모비오와, 신화인터텍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AR 전문 기업 에피톤 간의 협업을 통해 구현됐다.
핵심 기술은 기존 HUD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한 ‘미러리스(Mirrorless)’ 방식이다. 기존 HUD는 물리적 거울을 이용해 영상을 반사·투영하는 구조로 인해 설치 공간과 설계 자유도에 제약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은 지능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직접 투사 방식을 채택해 물리적 미러를 완전히 제거했다.
이로 인해 HUD 시스템의 패키징 부피는 약 7리터 수준까지 축소됐다. 대시보드 공간 확보가 중요한 소형차부터 고성능 스포츠카까지 다양한 차급에 적용할 수 있는 설계 유연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기술적 완성도 역시 한층 진화했다. 시선 추적(Eye-tracking)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의 양안에 최적화된 개별 이미지를 투사함으로써, 별도의 3D 안경 없이도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구현했다. 운전자는 전방 약 60cm의 근거리 정보부터 최대 80m 앞 실제 도로 공간 위에 내비게이션 경로, 주행 보조 정보, 위험 경고 등이 현실 객체처럼 중첩돼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 정보 표시를 넘어 증강현실 콘텐츠를 실제 도로 환경과 정합시키는 방식으로, 주행 중 시선 분산을 최소화하고 직관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완성차(OEM) 업계가 이 기술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 효율성이다. 기존 HUD는 차량 모델별로 앞유리의 곡률과 각도에 맞춘 전용 미러 설계가 필요했으나, 미러리스 3D AR HUD는 소프트웨어 기반 이미지 보정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차량 구조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하드웨어 변경 없이 소프트웨어 조정만으로 적용이 가능해 대량 생산에 따른 제조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기술 구현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 신화인터텍은 3D AR HUD에 적용되는 핵심 광학 디스플레이 모듈을 공급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존 LCD 광학 필름과 모바일 테이프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나아가, 미래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 CES 2026 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신화인터텍은 에피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계기로 미러리스 3D AR HUD용 광학 모듈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으며, 솔루엠 등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품 시장 내 입지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아우모비오의 ‘AR Creator’ 소프트웨어는 내비게이션, 교통 정보, ADAS 데이터를 차량 시스템과 실시간 연동해 시각 정보를 최적의 위치에 배치한다. 이는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ES 2026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어떻게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입증하는 무대였다. 신화인터텍의 디스플레이 모듈이 적용된 에피톤의 ‘미러리스 3D AR HUD’는 글로벌 기술 기업과 국내 부품·소재 기업 간 협업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를 보여주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