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기자
국내에서 재배한 비파(Eriobotrya japonica) 잎이 갱년기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혈중 지질 증가, 인지 기능 저하, 골밀도 감소 등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파 열매와 잎/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비파잎을 실험 식이에 1% 수준으로 배합해 12주간 갱년기 모델 마우스에 투여한 뒤 변화를 분석한 결과, 혈중 총콜레스테롤이 20%,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지 기능에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비파잎을 섭취한 실험군은 미로 탈출 시간이 40% 이상 단축되는 등 학습·공간 기억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기분과 정서 안정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치도 30% 증가했다.
뼈 건강 지표 역시 개선됐다. 비파잎을 섭취한 실험군의 골밀도는 22.8% 회복됐고, 뼈 내부를 구성하는 그물망 형태의 미세 구조인 뼈 소주 간 거리는 19% 줄어 정상군 수준에 가까워졌다. 또한 뼈 분해를 억제하는 인자인 오스테오프로테게린(OPG)은 48% 증가한 반면, 뼈 분해를 촉진하는 인자 RANKL은 79%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비파잎 섭취가 갱년기 여성의 인지 기능과 정서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폐경 이후 저하된 뼈 재생과 뼈 대사 균형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비파잎에서 갱년기 여성의 혈중 지질 개선과 뇌·뼈 건강 증진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촌진흥청은 해당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비파잎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여성 갱년기 증상의 개선,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고, 기능성 원료 생산업체에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비파는 겨울에 꽃이 피고 이른 봄부터 열매가 익는 아열대 작물로,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국내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비파잎에는 케르세틴, 켐페롤, 우르솔산, 클로로제닉산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항염 작용과 혈당·체지방 조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비파잎을 차나 한약재(비파엽)로 활용해 왔으며, 해외에서도 차나 건강 음료로 소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와 전남·경남 등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약 160여 농가가 비파를 재배하고 있으며, 재배면적은 약 86헥타르, 연간 생산량은 약 167톤에 이른다.
농촌진흥청 푸드테크소재과 김진숙 과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비파잎 부산물이 기능성 가공 소재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비파잎 기능성 연구를 확대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