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케피코가 수급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경쟁사에 무단 제공하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4억7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자동차 부품 개발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와의 협의 없이 기술자료를 타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등 총 5가지 유형의 기술유용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자료 무단 제공…경쟁사에 중소기업 정보 넘겨
현대케피코는 지난 2009년 베트남 진출 이후 현지화 과정에서 A사에게 협력을 제안했으나, A사가 이를 거절하자 부품 개발에 사용된 기술자료 5건(불량 치수 보고서 등)을 A사의 동의 없이 경쟁업체인 B사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기술자료 제3자 제공 행위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 요구…관련 서면도 누락
이뿐 아니라 현대케피코는 C수급사업자에게 금형도면 4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해 제공받는 등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행위도 확인됐다.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령상 의무사항인 요구 목적과 내용을 명시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례도 24건에 달했다.
또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사례도 6건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절차상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일방적 특약’도 경고…비밀관리 미흡 자료는 주의 조치
더불어 현대케피코는 3개 수급사업자와의 19건의 금형 제작 계약에서 수급업체에만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한 불공정 특약을 설정한 사실도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았다.
반면, 일부 기술자료는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법 위반으로는 판단되지 않았지만, 수급업체가 비밀로 관리했을 경우 위법 소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를 병행했다.
기술자료 유용, 납품단가 인하 목적 없어도 제재
공정위는 이번 제재에 대해 “이번 조치는 납품단가 인하나 협력업체 이원화를 위한 행위가 아님에도, 필요 최소한을 넘는 기술자료 요구 및 제3자 제공 행위에 대해 엄정히 제재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기술유용과 관련된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감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자동차 금형업계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적발된 사례로, 유사 사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