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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폐지…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전환
  • 기사등록 2025-12-24 15: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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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에 대한 기존 피해구제체계를 폐지하고,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가 주도 배상체계로 전환한다. 치료비와 일실이익, 위자료를 포함한 책임 배상을 추진하고, 장기 소멸시효를 폐지하는 등 피해자 권리 보호도 강화한다.

 정부세종청사/사진=IPC 제공

정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사건을 명확히 ‘참사’로 규정하고, 기존의 제한적인 피해구제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배상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 심각한 건강 피해를 유발한 사건으로,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통해 인과관계가 최초로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30일 기준 피해를 신청한 8035명 중 5942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정부는 앞으로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와 일실이익 등 소극적 손해, 위자료를 포함한 배상을 실시한다. 피해자는 배상금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일부 금액을 먼저 지급받은 뒤 치료비를 지속적으로 지원받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배상 구조도 개편된다. 손해배상 책임은 기존 기업 단독 부담에서 기업과 국가가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된다. 2019~2021년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금도 2026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까지의 기간에는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한다. 국가 주도의 추모사업도 추진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목적 조항에 ‘추모’를 추가하고, 피해자와의 협의를 거쳐 추모일 지정과 공식 추모행사 개최를 검토한다.

 

지원은 범부처 협업을 통해 생애 전주기로 확대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중·고등학교 진학 시 주거지 인접학교 배정을 희망할 경우 우선 배정되며, 대학 등록금 일부도 지원된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을 개정해 질병결석 인정 사유를 병원 진료뿐 아니라 가정 요양, 정신건강 진단·모니터링 참석까지 확대한다.

 

병역 분야에서는 피해자의 건강 특성을 고려한 판정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복무요원은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근무지를 배제한다. 현역 입대 시에는 소총·박격포 등 신체활동이 많은 주특기 배제도 추진된다. 사회 진출 단계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과 연계한 취업 지원이 제공된다.

 

의료 지원 방식도 개선된다. 피해자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본인일부부담금을 치료비 대납 방식으로 전환해 선납 후 정산하던 불편을 해소한다. 만성·전신질환과 후유증에 대한 인과관계 연구를 확대하고, 성장 과정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조기 치료로 연계하는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정부는 2026년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방식 전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국회와 협력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배상체계 개편이 장기간 누적된 피해자 불신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일상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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