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효성중공업이 전력 인프라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2025년 영국 스코틀랜드에 설치한 초고압 변압기/사진=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은 이달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총 2300억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까다로운 기술 기준과 높은 진입 장벽으로 알려진 유럽 전력시장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현준 회장이 강조해 온 ‘기술 경영’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효성중공업은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전력망 운영사인 SPEN(Scottish Power Energy Networks)과 약 12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전력망 고도화 수요가 큰 시장으로, 효성중공업이 공급하는 초고압 변압기는 영국의 탄소중립 정책인 ‘넷 제로(Net Zero) 플랜’에 따라 추진되는 핵심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활용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2010년 영국 시장 진출 이후 약 15년간 제품 공급은 물론 고객 맞춤형 설계,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2022년 이후에는 영국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유럽과 남유럽 시장에서도 수주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달 스웨덴 주요 배전사업자로부터 약 5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해당 고객사와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달 초 노르웨이에서도 초고압 변압기 수주에 성공하는 등 북유럽 전반에서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스페인 주요 전력회사 및 에너지 기업과는 약 600억원 규모의 변압기와 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효성중공업이 남유럽 시장에서 거둔 첫 수주 성과로, 이번 계약을 계기로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수주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프랑스 송전망 운영사 RTE(Réseau de Transport d’Électricité)가 주관한 초고압 변압기 단락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단락시험은 극한의 전기적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도 변압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고난도의 시험으로, 유럽 전력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 기술 평가 절차로 꼽힌다.
이번에 시험을 통과한 제품은 프랑스 내 최대 용량인 600MVA급 초고압 변압기로, 약 5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변압기 용량이 커질수록 시험 시 견뎌야 하는 전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이번 성과는 효성중공업이 유럽 최고 수준의 안정성 기준을 충족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 조현준 효성 회장의 ‘기술 경영’ 기조를 꼽고 있다. 조 회장은 평소 “기술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이나 품질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전력기기는 장기간 안정적 운용이 전제되는 만큼 고객에게 지속적인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한편 유럽 전력시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전력 인프라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연간 60억~7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해상풍력 설비 확대 등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어, 효성중공업의 유럽 시장 확대 전략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