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오성 기자
사진=경제엔미디어
우산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의 「우산」은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행복과 불행을
'비'와 '우산'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빗대어 깊은 성찰을 전합니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혼자 비를 맞는 용기와 타인에게 우산을
건넬 줄 아는 배려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우산을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우산이 되어주었는가를
돌아보게도 만듭니다.
결국 진정한 인생의 의미는 나눔과 사랑
그리고 함께함에 있다는 것을
조용히 일러주는 따뜻한 가르침입니다.
올해도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말은 우리도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마주하며
‘우산’을 펼쳐, 가슴에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엔미디어=박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