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기자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치료 신약이 글로벌 임상시험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두 회사는 차세대 효소대체요법 치료제 ‘LA-GLA(개발명: GC1134A/HM15421)’의 임상 1/2상에서 첫 환자 투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투여는 국내에서 이뤄졌으며, 이를 기점으로 글로벌 임상시험이 본격화된다. LA-GLA는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인 파브리병 치료를 위한 지속형 효소대체요법(ERT)으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임상 1/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아르헨티나 보건당국으로부터도 IND 승인을 받아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 LDRTC를 포함해 한국의 양산 부산대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아르헨티나 2개 기관 등 총 10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다. 참여 환자들은 4주에 한 번씩 LA-GLA를 피하주사 형태로 투여받게 되며, 치료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 및 유효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아제 A 효소 결핍으로 인해 당지질이 체내에 축적되며 발생하는 리소좀 축적 질환으로, 다양한 장기 손상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현재는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투여되는 효소대체요법이 일반적이지만, 치료의 번거로움과 부작용, 주요 장기에 대한 불완전한 효과 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삶의 질이 여전히 제한돼 있다.
이러한 점에서 월 1회 피하주사로 투여 가능한 LA-GLA는 치료 편의성을 크게 높였으며, 비임상 연구에서 신장 기능 개선, 혈관병 및 말초신경 손상 억제 등 우수한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LA-GLA는 GC녹십자의 리소좀 질환 치료제 개발 경험과 한미약품의 약효 지속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해당 기술은 약물의 체내 반감기를 연장시켜 투약 빈도를 줄이는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 기술로, 이번 신약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됐다.
이와 같은 혁신성을 바탕으로 LA-GLA는 지난해 5월 미국 FDA로부터, 올해 1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각각 희귀의약품(ODD) 및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에도 청신호를 켰다.
홍그루 신촌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글로벌 임상의 첫 환자 투여를 본원에서 진행하게 돼 뜻깊다”며, “이번 임상을 통해 파브리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GC녹십자 신수경 의학본부장은 “LA-GLA의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 개시가 매우 뜻깊다”며, “GC녹십자는 리소좀 질환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이문희 GM임상팀장 역시 “LA-GLA가 파브리병 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도록 GC녹십자와 함께 임상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엔미디어=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