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기자
공공사업으로 인한 강제 이주 대상에서 제외됐던 고시원 거주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원받게 됐다. 열악한 거주 여건 속에서도 실질적인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던 고시원이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점이 이번 조정을 통해 개선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및 고시원 세입자들과의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고시원 세입자 38명에게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시원 구조 및 내부/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이번 조정은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1950년생)를 포함한 고시원 세입자들이 공공주택지구 지정으로 인해 이주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2013년부터 해당 고시원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생활해온 A씨 등은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요청했으나, SH공사는 “고시원은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므로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세입자들은 쪽방촌과 마찬가지로 고시원도 실질적인 주거공간인데, 쪽방촌 세입자들에겐 지원하고 고시원 거주자에겐 배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국민권익위에 집단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공익사업으로 이주하는 세입자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SH공사는 고시원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어 있으며 화장실과 주방 등이 공용이라는 이유로, 고시원은 주거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국민권익위는 여러 차례 현장 조사와 협의를 거쳐, 실질적 주거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고시원이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된 점, 전입신고 및 실제 거주 사실, 동일 사업지구 내 쪽방촌과의 유사성 등을 근거로 조정안을 마련했고, SH공사는 이를 수용했다.
조정 결과, 38명의 고시원 거주자 중 공람공고일 3개월 이전부터 보상계획공고일까지 계속 거주한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받게 된다.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사업지구 밖으로 이주한 경우에는 이사비만 지급된다.
주거이전비는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 4개월 분으로,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약 1052만 원이며, 이사비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주택 연면적 33㎡ 미만의 경우 약 88만 원이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 조정은 주거 취약계층이 형평성 있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임대주택 퇴거나 보상 제외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거불안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김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