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정윤배
Adventure Rider Magazine https://advridermag.com.au/은 호주의 멜버른에 있는 정기간행물 출판사. 정평 있는 모터스포츠 월간지로 호주 전역의 서점과 가판대, 공항에서 접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에서 전용 앱을 설치해 볼 수도 있다. 다음 내용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9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경제엔미디어 2025년 3월 22일자 오피니언 여행에 게재된 기사와 이어진 내용이다.
호주의 지붕 Great Alpine Road Danny"s Lookout 해발 1,705m/사진=정윤배 작가
ARM : Thermal top or thermal pants?
-. 정윤배 : 한국의 날씨는 4계절의 구분이 확실하다. 겨울에는 영하 25도 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는 도로 위의 기온이 40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는 곳에 따라 도로 위에 빙판이 지고, 눈도 많이 와 겨울철에는 거의 타지 않는다. 나의 경우 겨울철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배터리 충전을 위해 바이크를 운행한다. 그때 반드시 보온 내의를 입는다. 한국의 보온 내의는 수출이 될 만큼 기능성이 좋고 보온력이 뛰어나다.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아 기온 보다 체감 온도가 높다. 운동량이 많은 어드벤처 라이더에게 땀 배출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내의는 필수. 라이더의 세계에도 기능성 의류에 대한 인식이 높아 슈트를 입거나, 보온 장구를 착용하는 라이더들은 땀 배출이 용이한 여름철 기능성 내의를 반드시 입는다.
ARM : Your most embarrassing adventure ride moment?
-. 정윤배 : 로드 라이더에게도 수많은 일화가 있겠지만, 어드벤처 라이더에게는 수많은 위험한 일과 그에 대한 일화가 일어난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투어 때마다 안전을 기원하면서도 위험한 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위험하지 않으면 모험이 아니라는 전제와는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나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본격적인 사막이 시작되는 오지마을 Tibooburra
구글맵과 Facebook Australian Adventure Motorcycle Riders Group을 통해 호주의 Red Centre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호주의 진면목을 보려면 Outback에 가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룹에서 얻은 정보 중 예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사막 지역과 대평원에서 강풍을 만나면 연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정보. 주유소와 주유소의 간격이 좁고, 언제든지 주유를 할 수 있는 한국의 환경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조건이다. 당시 타고 있던 바이크 기종은 BMW F800GS, 연료탱크 용량은 16리터로 3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용량이지만 맞바람을 만나면 연비가 떨어져 실제로 160km 이하에서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다. 10L 용량의 예비 연료 를 준비했고, Cameron conner를 다녀올 때 사용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15일의 일정으로 Cameron conner와 Birdsville, Simpson Desert, Oodnadata track의 여정으로, 2016년식 BMW 800GS에 야영 장비를 싣고, 호주의 사막, Outback으로 향했다.
첫날은 New South Wales, Hay의 Caravan에서 묵었다, 이튿날 Brokenhill에서 숙박할 계획을 잡고 본격적인 호주의 Outback인 Ivanhoe에서 Menindee로 향했다. 포장도로를 벗어나 호주의 모래 위를 처음으로 달려 보는 순간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조건이 모래와 진흙, 한국에는 사막이 없다. 부드러운 모래 위를 달리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순간 바이크가 나의 통제력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의 속도가 8, 70km/hr.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주행조건.
제동장치를 사용할 것인가, 기어를 내릴 것인가 잠시, 헬멧 쉴드 앞으로 모래바닥을 긁고 지나가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신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왼쪽 페니어 케이스가 박살이 난 상태였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나중에 호주 사막을 여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Menindee 인근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고 나면 보험회사에서 조사도 안 한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사막을 다녀와 바이크는 전손처리 되어 안전장구를 포함해 전액 보상받았다.
점심 식사를 했던 Ivanhoe로 돌아갔다. Caravan에서 야영하고 인근 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생각했다. 부서진 패니어 케이스와 야영 장비를 택배로 보내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환갑의 나이에 지금 포기하면 기회는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15일간 아웃백 여행 이틀째. 첫 번의 멘붕이 왔다.
Menindee Menindee로 향하는 길에서 신고식. 사고 당시 모래바닥으 긁고 간 헬멧의 쉴드
두 번째의 난관은 호주 3개 주의 접경인 랜드마크 Carmeron Conner를 다녀와, Brokehill 식당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갑 안에는 현금카드와 현금,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이 들어 있다. 전날 묵었던 호텔 담당자에게 물어봤지만, 지갑은 찾을 수 없었다.
Brokehill 시내에서 오가던 길을 두 번이나 샅샅이 찾아봤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렸던 식당에 다시 갔다. 그곳 종업원이 나를 찾더니 지갑을 돌려줬다. 식당 카운터 테이블 위에 지갑을 놓고 스스로 착각한 것이다. 찾아 준 종업원에게 고급 비누를 선물하자 들꽃처럼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막을 다녀오면 얼이 빠지는 현상은 이후에도 다시 생겼다.
Swallow Tail Pass, NSW
세 번째의 난관은 Oodnadata Track을 달릴 때 기온이 영상 48도. 에어컨이 나오는 방에서 자고 나온 아침, 엔진 시동을 걸었을 때 바이크 계기판의 온도계 영상 44도. 스마트폰이 작동을 안 한다. 스마트폰이 꺼지지도 않고, 메인 화면에서 멈춘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매일 통화하고, 호주에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고, SNS에 현 위치를 알리고,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고, 구글 번역기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Coober Pedy에서도, Port August에서도 고칠 방법이 없었다. 구글맵을 사용하지도 못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사고로 인해 우주에서 혼자 유영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오로지 이정표만 보고 Oodnadata Track, Pink House에서 2,600km의 귀환 길에 스마트폰 도움 없이 지인의 집이 있는 Wollongong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Walcha Motorcycle Rally 진행위원과 함께 기념사진
ARM : What have you learned most about yourself through adventure riding?
-. 정윤배 :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바이크에 동승했고, 어른이 된 뒤로 내 옆에는 항상 바이크가 있거나, 바이크에 관한 구상과 상상 함께 했다. 한때 바이크가 없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지나가는 라이더와 이야기하고 바이크 관련 서적을 읽고는 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바이크를 권유하지 않는다. 다만 라이더가 됐을 때 느끼는 자유로움,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해준다. 특히 어드벤처 라이더가 된다는 것은 다른 분야의 바이크 보다 더 강한 유대감과 공감대가 형성된다. 언어와 국가가 달라도 라이더라는 조건 하나로 통일되는 묘한 일치감을 얻게 된다. Motorcycle Life는 삶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주어 활력소가 되어준다.
야곱의 사다리라 불리는 태즈매니아의 아찔한 고개
뉴사우스웨일즈 Mid West의 곡물보관창고
ARM : What is top of your bucket list?
-. 정윤배 : 1999년 일 년 동안 한국을 일주하며, 백두대간이라는 거대한 산맥 아래에 있는 오지마을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 그 이야기를 모터매거진에 4년간 연재했다. 지금 한국에서 열리는 어드벤처 대회가 진행되는 수많은 코스를 27년 전에 다녀왔다. 2018년부터 호주의 사막도 다녀왔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주의 Outback을 바이크로 여행하기도 한다. 나의 나이는 현재 64세이다. 어드벤처 라이더 생활을 앞으로 몇 년 더 할지 모른다. Cafe Racer나 Cruise도 타봤지만, 그것은 잠깐일 뿐, 몸과 마음은 늘 오지를 향한 모험을 원한다. 북한의 개마고원을 달리고 싶고, 호주를 방사선 형태로 일주해 보고 싶은 계획과 한국을 출발, 러시아를 경유해 유럽을 다녀오는 유라시아 횡단을 꿈꾸고 있다.
ARM : Anything you would like to add?
-. 정윤배 : 호주에 친구가 있어 그 집에 바이크가 있다.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작년에만 6개월 울런공에 머물면서 Dubbo rally, Walcha Motorcycle Rally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나를 반겨준 호주 라이더에게 감사하다. 또한, Wollongong 주변의 Bald Hill, Kangaroo Vally, Robontson Pie Shop에서 주말이면 만나는 라이더들에게도 늘 감사한다. 나는 현재 한국에 있지만, 마음 속에는 늘 호주의 Outback과 Rain Forest, 거대한 평원으로 난 길을 달린다.
Simpson Desert의 관문 격인 Marree의 감재고지
편집자주- 정윤배작가는 현재 한국에 머물며 각종 바이크 관련행사에 참여하고, 신제품의 시승기 등의 소식을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