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기자
WHO 피부 관련 열대소외질환 국제회의에서 유진 선 박사와 다니엘 오브라이언 박사가 텔라세벡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큐리언트 제공
큐리언트가 세계보건기구(WHO) 주관 국제회의에서 자사의 항생제 신약 텔라세벡의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FDA 허가 가능성을 높였다.
26일 큐리언트에 따르면, WHO가 개최한 피부 관련 열대소외질환 국제회의에서 텔라세벡의 임상 중간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회의에는 49개국에서 350여 명의 보건 의료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대소외질환의 예방 및 치료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텔라세벡의 임상 효능에 대한 3건의 발표가 진행됐으며, 부룰리궤양 및 나병 치료 가능성을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도 별도로 열려 신약 개발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임상 발표는 TB 얼라이언스의 최고개발책임자인 유진 선 박사와 호주 임상시험의 책임 연구자인 바원 헬스의 다니엘 오브라이언 박사가 진행했다.
연구 결과, 4주간의 텔라세벡 단독 투약 후 84%의 환자가 완치됐으며, 나머지 환자들도 재상피화 과정을 거치며 회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9일째 채취한 검체의 12주 배양 결과, 89%에서 음성이 나왔고, 양성이 나온 11%(4명) 역시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아 사실상 100%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기존 항생제에서 흔히 보고되는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텔라세벡은 큐리언트가 개발한 first-in-class 항생제로, 박테리아 전자전달계의 시토크롬 bc1을 표적으로 하는 세계 최초의 약물이다.
지난 2023년 큐리언트에서 세계 최대의 결핵 치료 국제기구인 TB 얼라이언스에 기술이전된 텔라세벡은 결핵뿐만아니라 부룰리궤양, 나병에도 기존 치료법 대비 치료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부룰리궤양은 특정 박테리아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질환으로, 피부 속 세포와 모세혈관, 피하지방을 파괴해 심각한 궤양과 피부 손상을 일으킨다.
기존의 치료법은 여러 항생제를 함께 처방해 수개월의 치료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작용 및 낮은 복약 순응도가 큰 문제로 지적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속한 치료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큐리언트는 이번 중간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텔라세벡의 부룰리궤양 적응증에 대한 FDA 승인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며, 이에 따라 우선심사권(PRV) 획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우선심사권 공급의 약 90%를 차지하던 희귀소아질환 분야 일몰이 확정되면서 텔라세벡의 FDA 조건부허가 완료 시점에서 PRV의 가치는 최근 거래 가격인 1억5000만달러(한화 약 2200억원)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큐리언트 남기연 대표는 "WHO 회의에서 텔라세벡의 임상 성과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며, "FDA 허가 절차가 구체화되면 국내 최초의 first-in-class 신약 탄생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구바이오제약 조용준 회장 역시 "텔라세벡이 WHO 글로벌 회의에서 주요 발표 주제로 다뤄진 것은 큐리언트의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한 성과"라며, "FDA 승인과 PRV 획득은 큐리언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텔라세벡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시작된 결핵 치료제 연구를 기반으로, 큐리언트가 기술을 도입해 개발해왔다. 전임상과 임상 1, 2상 단계에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진행됐다. 향후 텔라세벡이 FDA 허가를 획득할 경우, 글로벌 항생제 시장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엔미디어=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