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되며,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완화되고 조선·반도체 등 전략 산업 협력이 대폭 확대된다. 

한국 정부는 31일,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미국과 합의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새벽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부과 예정이었던 25%의 상호 관세가 15%로 조정됐다”며, “자동차 관세도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출 주요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또한 반도체와 의약품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를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다른 국가보다 한국에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문화했으며, 향후 규제에서도 차별 없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조선 분야에 대한 전략적 협력이다. 한미 양국은 총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를 조성해 선박 건조·정비(MRO)·기자재 산업뿐 아니라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형 기술 개발까지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조선 기술력을 가진 한국과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이 만나 강력한 산업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도 별도로 조성된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촉진하는 한편, 상업적 타당성이 입증된 프로젝트에만 투자를 제한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특히 프로젝트 산출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인수 책임도 협정에 포함돼 안정성이 강화됐다.

관세 및 투자 규모와 관련해 김 실장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음에도 한국의 투자펀드 규모는 일본보다 작게 책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은 660억 달러, 일본은 68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한국의 투자 규모는 3500억 달러로 일본 대비 36%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우리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는 쌀과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은 제외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 실장은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해당 품목을 개방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6월 출범한 새 정부가 단기간 내 추진한 고위급 협상의 성과로,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외교부·농림축산식품부·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가 총력 대응했으며, 민간 기업도 협상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김 실장은 “이번 협상은 수출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하고, 우리 기업들이 주요국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15% 수준의 관세는 여전히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상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미국 현지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별도 자료로 공개될 예정이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