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부산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전경/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국수자원공사가 국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의 대표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의 탄소중립 도시 에너지 분야 과제에 선정됐다.
‘호라이즌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 스마트 도시 개발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으로, 유럽연합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하는 플랫폼이다.
이번에 한국수자원공사가 참여하게 된 과제는 ‘건축 환경에서의 청정에너지 통합’으로, 건물을 단순한 에너지 소비 공간에서 벗어나 자가발전과 저장, 에너지 공유가 가능한 ‘에너지 자립형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필요 시 사용하거나 이웃 건물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11월 사전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유럽연합 사무국의 심사를 거쳐 올해 7월 최종 선정됐다.
프로젝트에는 덴마크 남덴마크대학교,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 포르투갈 포르투폴리텍, 이탈리아 토리노공과대학교 등 유럽의 에너지 분야 유수 대학들이 협력하며, 국내에서는 동아대학교가 함께 참여한다. 본격적인 연구는 2026년부터 3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과제 내에서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AI) 기반의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플랫폼 개발 및 실증을 주도하게 된다. BEMS는 건물 내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 분석하고 자동 제어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그동안 댐과 정수장 등 물 인프라에 적용해온 디지털 기술을 도시 건물 및 에너지 시스템으로 확장 적용한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에너지 흐름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고, AI가 에너지 사용량과 저장량을 스스로 판단해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기술 실증은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빌리지’에서 이뤄진다. 스마트빌리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한 미래형 주거단지로,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 누수감지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이미 적용되어 있다. 이곳은 실제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기술을 체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리빙랩’으로 운영 중이다.
안정호 한국수자원공사 그린인프라부문장은 “도시는 이제 에너지를 소비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나누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반의 에너지 절감과 탈탄소 솔루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 탄소중립도시 지원기구로서 충남 당진·보령, 제주, 서울 노원 등 탄소중립 선도도시의 기본계획 수립, 국제표준 개발 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과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갖춘 진정한 탄소중립 도시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