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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동강 물길 따라 간이역 기행
  • 기사등록 2025-05-31 07:30:01
  • 기사수정 2025-05-31 07: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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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가 다니는 한가한 나전역/사진=정윤배 작가나들이의 즐거움 중 최고 재미있는 여행이라면 평소 가까이 지내는 친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마음 맞는 이들이라면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기분을 파악할 수 있어 서로 성격을 맞추기 쉽지만, 어르신을 모시는 여행이라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것도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친인척을 모시고 일박이라도 하려면 잠자리, 맛집, 여행의 동선, 배려하고 감안해야 할 것이 많다. 

 

집안 어르신을 모신 여행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은 연로하신 분의 체력을 감안, 동선의 계획을 잡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었다 한 들, 동행자의 체력이 닿지 않으면 당사자도 여행 동반자도 고행의 길이 될 수 있다. 어르신을 위한 여행에서는 동선을 짧게 잡고, 그때그때 휴식과 당 보충이 필수. 이 점을 간과하고 매스컴, 인터넷의 맛집, 멋집을 촘촘하게 계획 세워 실행했다 낭패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고는 한다.

 

특히나 여행 초보의 경우 상세한 여행계획에 충실한 나머지 본래의 목적인 어르신의 힐링을 무시하는 수가 있다. 보여드리고 싶은 멋진 풍경, 유명하다는 맛집도 어르신이 감당할 스케줄이 아니면 고생길이 되고 만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얼마 전 유명하다는 국숫집을 주말에 방문했다. 1시간 가까이 대기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앞줄의 연로하신 분을 모시고 온 가족은 맛집에 대한 기대에 차 있었으나, 마땅히 쉴 곳도 마련되지 않아 피로감이 역력하신 할머니가 기다림에 지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르신을 위한 자리인지, 맛집에 대한 자신의 집착인지. 특히나 연휴의 유명한 음식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연로하신 어르신을 대동한 여행이나 외식에서 첫째로 배려해야 할 것은 어르신의 편안한 몸과 마음 상태이다. SNS나 공중파 방송 특히나 인스타 맛집, 멋집의 보기 좋은 장소는 전혀 어르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장소.

 

팔십 대 중반이신 어머님과 어머님의 평생 친구이신 초등학교 동창분을 모시고 정선으로 힐링 여행 다녀온 코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여행에는 정답과 정석은 없지만, 어르신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동강전망자연휴앙림에서 본 백운산 정상예전과 같지 않아서 연세 드신 분들의 여행경력이 꽤 많다. 각종 친목회, 종교행사, 가족행사, 친지들과 많은 곳을 다니신 것이 사실. 이분들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은 절대 필요 없다. 일행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어찌 보면 피로감을 가중 시킬 뿐이다. 이렇게 포즈를 잡으세요, 저렇게 포즈를 잡으세요, 하고 찍는 사람은 신이 났는지 모르지만, 막상 모델이신 어르신은 웃음기 하나 없이 무표정인 경우 당장 사진찍기를 멈춰야 한다.

 가수분교의 570년 된 느티나무

귤암교 위에서 본 동강의 뼝대

정선은 고속도로와 초고속열차가 통과하지 않는 아직도 오지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길게는 1시간 이상 차로 달려야 정선의 품에 들어설 수 있다. 이번 정선으로의 여행의 시작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끝나는 신동읍에서 시작된다. 동강의 절경을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입출입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예미 고성터널로 표시하면 어느덧, 이곳에 차가 다닐 수 있을까 싶은 터널 앞으로 데려다 준다.

 

고성터널은 1985년 상수도관을 부설하기 위해 만들어진 1차선의 터널이다. 한때는 통행이 금지되었으나 언제인가부터 신호등이 세워지고 통행이 가능해졌다. 터널의 길이는 약 1km로 조명시설이 없고, 중간에 교행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터널 입구에서 마주 오는 차량의 불빛이 보이면 터널 입구에서 반드시 대기해야만 한다. 깜깜하고 좁은 터널을 지나는 시간은 별유천지의 공간으로 이동해주는 신비한 효과가 있다. 살짝 불안함을 느낄 때쯤, 터널의 저쪽에서 대명천지를 대하게 된다. 동강의 비경을 만나게 된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동강 최고의 전망대 동강자연휴양림의 해발 고도는 600미터, 전망대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해발 883미터의 백운산과 눈높이를 같이한다. 발아래 궁궁을을 돌아가는 동강의 물줄기와 석회암 절벽인 뼝대가 펼쳐진다. 휴양림 진입로를 내려서면 그때부터 동강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1990년대 중반 용수와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동강의 비경은 수몰 위기에 빠졌다. 그때 들불처럼 자연보호를 해야 한다는 환경보호 활동가들의 숨은 노력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동강 뼝대와 수려한 주변 경관은 수장되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동강 좌, 우측의 풍경을 감상하기 적정한 속도는 시속 50km가 채 안 된다. 관광의 목적이라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있으니 가수리 느티나무가 있는 수미마을의 학교 운동장과 귤암교. 이곳에 차를 내리지 않고 지나치는 것은 동강 여행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정선읍에 도착하면 읍내에 ‘상우재.’라는 숙박과 카페를 겸하는 곳이 있다.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곳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찾거나, 정선성당에 들려 성당 내, 외부를 둘러본다. 정선시장은 이십 수년 전부터 장터로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재래시장. 이곳에 들려 정선 토속음식을 맛보아도 좋고, 각종 산나물을 구매하면 좋다. 

 여량 아우라지의 랜드마크 정선의 달다음으로 들린 장소는 그 이름도 넉넉한 여량 아우라지. 그 옛날 정선에 사는 여자들은 시집가기 전 쌀 한 말을 못 먹고 결혼했다고 할 만큼 이곳은 논이 적은 곳이다. 여량은 한자어 남을 여와 곡식 량, 그만큼 정선에서 넉넉한 땅으로 예부터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옥산장이라는 숙박업소와 식당을 겸한 곳이 어느덧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구절리까지 이르는 레일바이크의 출발지. 주말이나 휴가 때면 전국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저녁으로 곤드레밥 정식을 먹고, 온돌방에서 등을 지지며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예약은 필수.

 

이곳에서 숙박해야 하는 이유는 곤드레밥과 각종 산나물과 어울리는 옥수수, 황기, 더덕으로 만든 전통주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와 휘영청 밝은 달을 보기 위해서 기이도 하다. 임계에서 내려오는 골지천과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송천이 합쳐져 조양강을 이루는 곳이 아우라지, 여량이다.

 아우라지 나루터의 줄배

여량역의 얼음치 조형물장닭의 길고 우렁찬 울음소리에 잠을 깨고 난 새벽, 아우라지 강가와 안개 낀 여량역사를 둘러본다. 아침 산책 후 오지 중이 오지, 골지천이 빚어놓은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 구미정으로 향한다. 

 골지천 구미정 앞 절경그 옛날 정선에 발령이 난 관리는 두 번 운다고 했다. 험하고 험한 정선으로 들면서 그 막막함에 한번 울고, 부임 마치고 조정으로 돌아갈 때, 정선의 인심과 풍경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또 한 번 운다고 했다. 

 

1박2일 정선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곳은 나전역이 있는 북평. 조용한 마을 이곳을 꼭 찾으라고 하는 이유는 그 옛날 식당 한 곳 없던 시절, 외지에서 일하러 온 노무자들에게 점빵에서 밥을 지어 주던 것이 강원도 토속음식 순수한 맛 그대로가 알려져 아는 사람만이 찾는 식당이 됐다. 점빵 텃밭에서 키우는 무공해 채소와 순박한 정선 산골의 장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맛의 진가를 알아본다. 이곳은 제발 매스컴에 보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더 유명해지기 전에 독자분들 맛보시라고 공개한다. ‘번영식당슈퍼’

 번영식당의 보리밥

남평리의 못자리를 낸 무논 둑방길

1박2일 짧은 여정이지만 어머님께 여쭈었다.

 

ㅡ.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ㅡ. 못자리 낸 논 한가운데 둑길을 걸었던 일이 제일 좋았다. 그 가운데로 걷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등허리 아프던 것도 사라지고 아주 좋았어.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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