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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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손자 가족이 분가를 위해 주택을 취득한 경우, 이를 조부모의 퇴거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고령의 노부부와 손자 가족이 함께 살던 임대주택에서 손자가 분가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례와 관련해, “임차인은 여전히 무주택 세대 구성원으로서 해당 임대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2012년 12월부터 임대주택(전용면적 51㎡)에 거주해 온 A씨는 부인, 손자 가족 4명과 함께 10여 년간 동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계약 갱신을 앞두고 손자의 주택 소유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당 기관은 임대차 재계약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손자가 2011년 혼인 후 주거 마련이 어려워 조부모와 함께 살게 되었으며, 이후 자녀 출산과 성장에 따라 2023년 인근 아파트를 분양받아 독립한 것이라며, 주택 취득은 ‘분가’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분양받은 주택은 하자보수 완료 직후 전출한 상황으로, A씨는 무주택 세대 자격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은 ‘공공주택특별법’상 '혼인 등으로 인한 주택 취득'이 예외 사유라고 보면서, 손자가 이미 혼인한 지 10여 년이 지난 상황이므로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A씨는 “세대원인 손자는 분가하여 독립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자신은 상가 화재로 생계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형편이 못 된다”며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조사 결과, ▲손자가 독립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분가 목적의 주택 취득이었고, ▲전출도 하자보수 이후 14일 내 이뤄져 임차인 자격을 회복했으며 ▲ㄱ씨는 고령에 아내의 간병 부담과 생계 곤란을 겪고 있어 새로운 거주지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해당 임대차 계약의 갱신 거절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덕현 국민권익위 고충민원심의관은 “10년 넘게 조부모와 함께 거주한 손자가 이제야 독립한 상황인데, 이를 이유로 조부모를 퇴거시키는 것은 사회통념상 타당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법과 제도의 취지에 맞는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김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