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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의 노래, 순천만 대대동
  • 기사등록 2024-10-12 07:31:57
  • 기사수정 2024-10-12 07: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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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무도 찾지 않는 대대동의 갈대밭에 서 있었다. 갈대도 지고, 철새도 이렇다 하게 날지 않는 이곳에서 갈대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서걱 되는 소리를 가슴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혼자 이곳을 찾았노라고 전하는 그에 먼 시선에 늦가을 서늘함이 묻어 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생활에 변화가 없다는 푸념에 예의 그 서늘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 살아있음에 감사해! "


살아있음에 감사한다는 그의 심연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는 내 깊은 곳, 숨겨져 있던 서러움에 공명을 주었고, 그 공명은 목울대를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이십 년이 넘는 세월, 그 사이 내 주변 사람들은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머물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럼에도 나는 진심으로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남도 햇살이 대대동 일대 갈대 위로 쏟아진다. 깨달음을 얻는 데 있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적재적소에 적당한 한, 두 마디 그 외의 말들은 허공으로 날아가도 그만이다.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순천만 일몰 / 사진=정윤배 작가


그래도 해가 남아있다. 서두르면 순천만 일몰을 담은 듯하다. 길을 달려 다시 와온으로 석양을 담기에 그만이다. 석양을 사진에 담으며 일행 모두에게 느긋한 시간을 줬어야 했다. 몇 해 전 담았던 용산에서의 순천만 일몰 풍경 사진이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욕심을 내 기억을 더듬어 용산으로 들어가는 들머리를 찾아 밭은기침 하며 용산전망대에 올라섰지만, 욕심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해는 꼴딱 지고 말았다. 일행은 사진을 찍지는 않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자연의 풍경은 빛의 조화다. 아무리 멋진 풍경도 빛이 따라주지 않으면 사진에 담아 풍경이 주는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 일몰이 좋았는데 시간도 맞지 않는 이곳까지 힘들게 왔느냐는 눈치가 역력하다. 사진에 대한 욕심이었다. 와 봤던 길이기에 코스에 대한 자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어떻게 가면 시간이 얼마 걸릴 것이고, 이쯤이면 인상적인 풍경을 담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과욕이었다. 화포의 일몰도, 황홀한 석양도, 용산 전망대에서의 느긋한 낙조도, 욕심 앞에서 꺼져가는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순천만 갯벌(명승 제41호)이 한국의 15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욕심으로 인해 일상에서 벗어난 편안한 여행길이 잠시나마 일행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말았다. 해는 지고 전망대에 포진하고 있던 사진사들이 장비를 거두고 철수하는데 퇴각로가 나와는 다르다. 이튿날 알고 보니 순천만 갈대밭에서 목재 데크로 용산전망대까지 산책로가 마련된 것이다. 순천만을 거쳐 여수 시내까지 이르는 길은 교행 차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지방 군도를 따랐다. 이날의 숙박지인 여수 시내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진 욕심에 대한 반성에서가 아니라 화포와 순천만, 용산 어느 한 곳,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담지 못했다는 실망감. 오히려 일행이 나를 위로한다.

 

▲용산전망대에서 본 순천


남도여행에 나섰던 길에 순천만 대대동 갈대밭을 찾을 때마다 그 첫인상이 오래가고는 했다. 순천만 일대가 대단위 관광지로 개발이 되고, 국제행사가 열리기도 하면서, 대대동 갈대밭을 3차원적 시선으로 감상하기 좋게 데크가 설치되었다. 태양이 어깨 위로 떠 있는 시간의 갈대밭은 맹맹하다. 대대동의 갈대밭을 가슴에 담으려면 이른 아침 안개에 싸여 있거나, 해 질 무렵 골든아워에 찾는 것이 좋다. 


▲서로 기대어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


순천만 대대동의 갈대밭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 머리 위에 있는 낮 시간에 찾는다. 주말이거나, 연휴라도 끼면 갈대밭을 찾는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여행을 떠난다. 마음 맞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다. 반면 실의에 빠지거나,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았거나 우울감이 들 때도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시름을 잊기 위해 즐거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여행의 효과지만, 마음이 힘들 때 떠나는 여행은 소란스럽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적적한 시간이어야 한다. 온전한 나를 찾는 여행자라면 소요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이른 아침이나, 일몰 전 사람이 어느 정도 빠져나간 시간에 찾아야 온전한 위안이 된다. 어느 관광지이던 절정의 순간이 있다. 예상되는 절정의 시간 30분 전에는 그 장소에 도착하여야 한다. 일몰과 일출 감상지는 더욱이 그러하다. 


▲목재 테크를 거닐어 용산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대대동 갈대밭을 보기 위해서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순천만 습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다. 대중교통을 이용 시, 서울을 예로 들어 KTX를 타고 순천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순천만 국가정원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어 도보여행객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순천만습지 주차장에서 갈대밭 오솔길을 따라 순천문학관까지 약 30분 소요, 정채봉관과 김승옥관에 들려 작가 작품세계와 영상자료를 들러 보는 시간을 갖는다. 문학관 바로 옆에는 순천 문학관 바로 옆에는 낭트정원이 있다.

 

낭트정원은 2009년 순천시와 프랑스 낭트시가 자매결연을 기념하기 위해 순천문학관 주변에 프랑스 전통정원의 형식으로 조성한 낭트쉼터가 있다. 습지 주차장에 앞에는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즐비하다. 순천은 안다는 사람은 다 아는 맛의 고장이다. 드넓은 곡창지대와 풍부한 수산자원으로 인해 먹거리가 발달되어 분식집 음식도 맛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순창의 짱퉁어탕이나 꼬막정식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독채 펜션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순천만 무진펜션은 게스트하우스도 겸비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적적한 밤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일박도 적극 권장한다.


▲탐사선을 타고 순천만 일대와 샛강을 유람하는 탐사선

 

순천만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는 용산전망대이지만, 현재 공사 중으로 내년을 기약한다. 그나마 완공되기 전 가설로 지어진 제2의 용산전망대가 아쉬운 대로 여행객의 발길을 맞아준다. 순천만습지 https://scbay.suncheon.go.kr/wetland/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순천만 무진게스트하우스에서는 코레일의 자유여행패스 이용자에 한 해 일인당 일박 2만 원의 숙박비를 만오천 원에 할인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moozinhouse


[경제엔=정윤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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