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배 작가 기자
영월은 정선, 태백과 더불어 탄광산업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나, 시멘트 생산의 격감으로 시로의 승격에서 군으로 머물게 되었다. 근래 들어 폐광되었던 상동의 텅스텐 광산이 캐나다 계열회사의 관심을 받아 개발이 확정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관광객의 입장이기는 하나 산업화의 대열에 들어선 영월의 앞날에 큰 축복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안개 피는 붉은 메밀밭 / 사진=정윤배 작가 |
영월은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와 인접한 강원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영동지방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생활권은 영서지방에 속한다. 국립공원이 없고, 지방에 하나씩 있다는 군립공원도 없다. 유명 사찰도 없이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와 장릉이 사적으로, 명승지로는 선돌이 유일할 정도로 관광 인프라가 없는 듯 보인다. 주변에 영월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제법 있다.
왜 그럴까? 영월의 산수는 멋진 전망대에서 가만히 봐도 멋지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보면 더욱 멋지다. 한강의 상류인 동강과 서강이 펼치는 양안의 뼝대가 드리워진 풍경은 느리게 차를 달릴수록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영월의 첫 여행지로 약주 좋아하는 이들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마을의 유래가 있는 주천이다. 디지털영월문화대전에 의하면 지명 유래 중 ‘술에 관한 샘’ 이야기로는 전국적으로 대략 20곳 미만이며,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주천석 설화가 가장 대표적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본래 주천석이 돌구유처럼 생겼는데 매일 물 길러 가는 것이 귀찮았던 관원이 현청으로 옮기려는 순간 천둥과 벼락이 쳐서 바위가 세 개로 갈라졌으며, 그중 하나가 이 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전승되는 설화에서는 이런 내용은 보이지 않고, 주천에서 나오는 술이 양반과 상민을 구별하여 나오기에 화가 난 상민이 술샘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전한다. 아마도 주막거리가 있던 주막에 관한 이야기가 구전되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나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요선암 돌개바위 |
원주에서 진입하던, 평창에서 진입하던 혹은 영월에서 진입하던 주천을 오가는 길은 막힘이 없이 한적하다. 차창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은 사람을 압도하지 않고 포근하게 반겨준다. 그곳에 요선암과 요선정이 자리하고 있다. 요선암이라 함은 강변에 있는 암반이 급류에 의해 흘러가던 돌이 와류현상에 의해 깎여 나간 것으로, 보는 사람의 심상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보게 되어 한참이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요선정은 요선암 돌개바위를 품고 있는 평창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로 무릉리 마애여래좌상과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요선정과 마애여래좌상 |
영월 읍내를 향하다 들려 볼 곳은 한국의 한반도 지형 중 가장 한반도와 닮은 선암마을과 선돌이다. 영월을 거처 가거나 영월의 여행지에서 빼놓지 않고 봐야 할 곳으로 영월 선돌의 풍경은 명승지로 선정되어 있다. 소나기재에서 접근하는 선돌 전망대를 여러 번 들러봤다면 이번에는 서강에 내려서 강변 풍경과 함께 감상해 보자. 서강의 물 흐르는 소리는 마치 하굣길 초등학생의 재잘거림처럼 듣기 좋다. 둥그레실 마을로 들어서는 뿅뿅다리 또한 정겹다.
▲선암마을 한반도지형 |
▲명승지 영월 선돌 |
영월 읍내에 들어섰다면 서부시장에 들러보자. 담백한 맛의 순댓국과 전국으로 택배 주문으로 팔려나가는 메밀전병과 양념 통닭이 입맛을 잡아끈다. 강원도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한 막국수집도 읍내에 자리하고 있다. 수제비 마니아라면 반드시 찾는다는 수제비 맛집도 인근에 있다. 요즘은 대한민국 맛집 열풍이라 따로 맛집의 상호는 밝히지 않는다. 맛집 추천했다가 코로나 시국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거나, 기대에 못 미쳐 그 원성을 작가가 다 들어야 한다. 손안의 스마트폰과 자신의 감각을 믿고, 자신의 입맛에 과감히 도전해 보자.
별마로 천문대는 밤에 예약하고 찾아야 하지만, 낮에 예약 없이 찾아도 영월 일대 전경을 보기에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민간시설 천문대로는 가장 큰 구경의 천체망원경을 구비하고 있다고 하니, 별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인터넷예약은 필수.
▲뼝대에 생긴 먹굴은 먹골마을의 랜드마크 |
동강은 뼝대로 유명하다. 정선 쪽 뼝대가 유명하지만, 영월의 뼝대도 그만 못지않다. 둥글바위 유원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뼝대와 함께 보기 드문 붉은 메밀밭이 펼쳐진다. 붉은 메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라고 한다. 일본 홋까이도의 붉은 메밀을 영월의 이곳저곳에 뿌려 보았지만, 오직 이곳 먹골마을 강변에서만 자라게 됐다. 축구장 10배 크기의 강변에 흐드러진 붉은 메밀밭은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새하얀 메밀밭과 또 다른 감흥을 불러준다. 해가 중천인 한낮보다는 물안개 속, 어슴푸레한 강변 풍경과 함께 펼쳐진 메밀밭을 본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풍경이 될 것이다.
▲이른 아침 붉은 메밀밭 |
정선군에 속하지만 붉은 메밀밭을 둘러봤다면 새비재를 들러보자. 대단위의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진 풍경이 강릉의 안반덕, 태백의 매봉산과 또 다른 장쾌함이 펼쳐진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타임캡슐 소나무가 세워지면서 일반인에게 알려지기도 했고, 6~70년대 탄부들의 교통을 담당한 버스가 다니기도 했던 길이라 해서 후에 이름이 붙어진 운탄고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최장, 최고의 해발고도를 자랑하는 도로로 이제는 사시사철 마니아들이 찾는 길이 되었다. 접근은 예미에서 새비재를 검색하거나, 타임캡슐 소나무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기상상태에 따라 접근이 불가할 때가 있으니 이점에 주의하자.
▲운탄고도의 시작, 새비재 |
[경제엔=정 윤 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