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기자
▲국경없는 기자회(RSF) 홈페이지 캡처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세계 언론 자유의 날(5월 3일)을 맞아 '2023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문재인 정부 5년간 43위에서 41위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번째 발표에서 이전 정부보다 언론 자유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언론자유지수 하락 원인이 중 하나는 작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였다. 여당은 9월 29일 MBC 박성제 사장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에 이어, 대통령실은 11월 9일 “편파방송 시정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했다. 더불어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가 "헌법수호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RSF는 지난해 11월 23일과 12월 5일에 두 차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행보는 정보에 대한 대중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MBC를 향한 공세와 차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무기한 중단된 대통령의 일일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도 재개를 촉구한다"고 했으며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는 보도가 편파적이고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TBS의 공적 자금을 삭감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밖에 지난해 10월4일 문체부는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를 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했고, 그해 12월2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해충돌 우려에도 '청담돌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을 형사 고소한 사례들이 언론자유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RSF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 언론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고 "언론인들은 때때로 온라인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보호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괴롭힘은 전화, 문자, 이메일을 통해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인터넷 악성 댓글과 악의적인 법적 조치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여전히 이론상 7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사가 보도를 할 때 개인이나 기업의 이름과 같은 주요 사항을 생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언론자유 지수는 RSF가 180개 국가 및 지역을 대상으로 언론인 및 언론 매체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정량적으로 집계하고 언론인 및 학자, 인권 옹호자 등 RSF가 선정한 언론자유 전문가 수백 명이 100개 이상의 질문에 응답한 정성적 분석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전체 순위에서는 노르웨이가 7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아일랜드, 3위 덴마크, 4위 스웨덴, 5위 핀란드 순이었다. 언론자유 최하위 국가는 베트남(178위), 중국(179위), 북한(180위) 등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미국도 전년보다 하락한 45위에 그쳤고, 일본은 68위였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에서 정부 당국의 공격성이 증가하고 언론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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