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기자
[경제&=윤경환 기자] 일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우리 정부 주도하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배상하는 이상한 제안을 내 놓았다.
외교부 박진 장관이 정부청사에서 진행한 이번 브리핑은 일본의 책임 있는 기업은 빠진 채 우리나라 기업 중 청구권 보상금으로 성장한 기업 16곳이 일정 금액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에서 보상금을 지급 하는 방안이 발표 됐다.
일본의 책임있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 제철에는 일본이 주장하는 1965년 청구권 보상금을 이미 지급했으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그대로 받아 들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게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해 이들 일본 기업이 피해 보상금을 지급 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기업들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연장 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지금 일제강제동원피해자는 3분만이 살아 있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판결한 내용을 당시 환영했지만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하지 않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정부 출연금으로 이 분들에게 지연이자까지 함께 배상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또한 9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임을 감안해 이 판결이 나오는대로 추가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것 또한 정부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 중 포스코를 비롯해 KT&G, 한국전력, KT 등 16개 기업들이 자발적 참여로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하는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강제징용피해자들의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기업의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 되는 꼴" 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 강제동원 문제에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 기업의 완승 " 이라며 이번 발표를 규탄했다.
애초에 일본 기업은 피해 보상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의 판결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 하면 정부의 발표는 안타깝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먼저 시작해 일본 기업의 복지부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과 고노다로 일본 총리의 1998년 담화의 연장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하고 싶은 눈치다.
정부는 강제징용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지속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한다면 이들이 수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이들의 저항은 거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 내용을 설명하는 외교부 청사 앞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정부에 항의하러 나와 있었다. 또한 2시에는 서울과 광주 2곳에서 이미 정부 대책에 대한 항의를 위한 집회가 진행 예정이다. 오늘 밤 7시에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예정 돼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치 못한 정부는 아니겠지만 미리 강제징용피해자들의 설득 과정이 있었다면 이번 발표의 의미는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참의원 예산집행 위원회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일본 의원의 질의에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 이라고 밝혔지만 우리의 이번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100억원의 출연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겠다는 일본 정부와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대규모 저항에 부딫혔었다. 이유는 일본 정부의 전범 기업의 진정한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단지 출연금 만으로 강제징용피해자들을 위로 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이해 하는 것이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