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노후엔’은 시니어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복지전문기자 이준호의 칼럼입니다. 은퇴를 앞뒀거나 퇴직한 시니어들의 문화, 노인일자리, 노인복지 등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100세 시대의 시각으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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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호 칼럼 |
[경제&= 이준호의 노후&]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계속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경로당 폐쇄에 나서고 있다.
충남 논산시는 최근 지역 내 산업단지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늘면서 8월 30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경로당 등의 공공시설 폐쇄가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경로당 등 주요 공공시설이 폐쇄되는 것을 두고 주요 언론에서는 노인들의 갈 곳 없음에 주목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는데 탑골공원 등 주요 공원시설과 경로당으로 대표되는 무더위 쉼터가 폐쇄되면서 고령층이 갈만한 장소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정부가 지정한 실내 무더위쉼터 5만여 곳 중에서 경로당으로 대표되는 노인시설은 4만1000여 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이 중 약 코로나19로 인해 1만6000여 곳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지역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노년층이 더위를 피해 쉴 곳은 계속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로당의 또 다른 기능에 대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바로 식사 제공이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이 경로당을 찾는 이유로 62.5%가 식사서비스를 꼽았다. 노인복지관 방문 목적도 비슷해서 45.9%가 식사서비스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현재 운영 중인 경로당은 대부분 음식물 반입과 식사를 금지하고 있다.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서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최근 무료급식소로 노인들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종교단체 등에서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찾는 노인은 늘었지만, 식자재 값이 대폭 오르면서 운영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후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원봉사자의 수도 줄어버렸다. 몇몇 무료급식소는 아예 운영을 중단했다. 기부받은 음식을 저소득층에 제공하는 푸드뱅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로나19 이후에 오히려 기부 음식은 줄었는데, 식사 제공을 원하는 노인의 수는 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에서도 식사는 더욱 어렵다. 실내 시설에서의 단체 급식이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해 어려워지면서 노인들은 도시락 형태로 제공된 식사를 길가에 앉아 먹어야 한다. 무료 식사가 제공되는 날에는 탑골공원 담벼락에 줄지어 앉아 식사 중인 노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이것도 경쟁이 치열해 새벽같이 줄을 서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2주, 4주 단위로 일시적으로 이뤄지면서 관계 당국 입장에선 경로당의 식사 제공 중단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는 이제 기정사실이고, 몇몇 국가에선 이미 코로나와 함께 생활을 이어가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백신 접종률도 인구 3천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상위권으로 꼽힐 정도로 높은 편이다. 노인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노인시설의 식사 제공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인들은 허기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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