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k 기자
이준호의 '노후엔’은 시니어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복지전문기자 이준호의 칼럼입니다. 은퇴를 앞뒀거나 퇴직한 시니어들의 문화, 노인일자리, 노인복지 등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100세 시대의 시각으로 다룹니다.
[경제&= 이준호의 노후&] 한 달 전이었다. 지난달 20일 한 통신사에서는 ‘'월 27만 원' 노인일자리 2명, 횡단보도 덮친 트레일러에 참변’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게재됐다.
전남 여수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나섰던 어르신 2명이 자동차를 실은 트레일러가 덮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숨졌던 사건에 관한 기사다. 어르신들은 이들은 여수시 노인일자리 보조사업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 중이었다. 배정된 지역을 방문해 도롯가 쓰레기를 줍는 일을 했다. 이들은 기초연금 대상자로, 소득과 세대구성 등을 고려해 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를 다룬 많은 기사 중에 이 제목이 유난히 눈에 띄었던 것은 ‘월 27만 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추측컨대 아마 두 가지 이유에서 이런 제목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싶다.
첫 번째 이유는 사고당한 두 명의 노인에 대한 동정심을 더욱 증폭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한 끼 식사값도 안 되는 고작 27만 원에 길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니 얼마나 안 된 일인가라는 근저의 생각이 읽힌다.
두 번째 이유는 노인일자리에 대한 언론의 태도다. 노인일자리는 연령별 일자리의 한 가지 표현법이지만, 최근에는 차별적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사회에 도움 되지 않는 있으나 마나 한 선심성 일자리라는 뉘앙스다. 실제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난하기 위한 언론의 기사에서 ‘정부 허드렛일’, ‘노인 알바’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큰돈도 되지 않고, 일부 노인만이 희망하는 이런 일자리가 대단할 리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두 가지 이유 모두 마뜩잖다. 물론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두 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측은지심이 생겨날 수 있지만, 27만 원짜리 일자리에 지원했다고 해서 동정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분들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그 어르신들이 어떤 사정으로 그 일에 자원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게다가 그분들은 돈의 액수보다는 노동의 가치에 더 의미를 부여했을 수도 있다.
노인일자리 현장에서 만난 많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노동의 가치에 대해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경제활동을 위해 화장을 하고, 규칙적으로 외출을 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 만으로도 노후의 무료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인일자리의 가치에 대한 시선도 문제다. 비록 단순 업무가 많고, 허드렛일로 보일만한 일자리도 존재하지만, 언론의 시선은 노인일자리에 대한 무지함이 만든 평가다. 노인일자리는 청년 취업이나 소상공인의 상권을 헤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조심스럽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일자리를 만들자고 마구 가게를 차리거나 수익을 높이는 사업에 손을 대면, 결국 그 피해는 주변 상인들이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한 어르신은 “고용을 두고 젊은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고 말한다. 그들도 자식, 손주 같은 청년들의 생계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27만 원이 아니라 노후의 활력이다. 비뚤어진 시선으로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그만 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