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정윤배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터널이 개설되기 전, 강릉을 오가는 50번 국도 대관령 구간은 해마다 겨울이 오면 폭설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차량들의 소식으로 뉴스 인트로를 장식하고는 했다. 한라산과 설악산 한국의 산악지대를 제외하고 대중교통이 갈 수 있는 곳 중 최고의 적설량을 보이는 대관령. 이 일대 설원은 겨울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단연 최고의 관광지.
영화 셋트로 설치되었던 양떼목장의 산막 / 사진=정윤배 작가
백두대간에서 혹한의 칼바람을 맞으며 허벅지까지 빠지는 럿셀을 경험하려면 아무래도 등산 장비를 충분히 갖추어야 하고 남다른 체력도 있어야 한다. 반면 이번에 여행지는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눈밭을 마냥 걸어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 장소로 대관령 양떼목장. 계절이 애매한 간절기를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에는 야생화와 초록빛 향연이, 한겨울에는 설원이 펼쳐져 각광받는 곳이다. 농협회사 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성인 9,000원 소인 7,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https://yangtte.co.kr/fareinformation 이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성수기 기다림 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줄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어 편리하다.
산능선에 세워진 울타리와 설원이 어우러진 풍경
양떼목장은 1980년대 말 젖소를 키우기 위해 목장을 설립했다. 1990년대 말, 이 일대 기상조건이 젖소보다는 양을 키우기 적당한 것에 착안, 소규모 양떼목장으로 출발했다. 2002년 월드컵 시기에 맞춰 여행 열풍 중 입소문에서 시작한 양떼목장의 인기가 각종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그 주변 풍광이 재평가되고 힐링 명소로 자리하면서 현재의 위치가 되었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명대씨 부부를 목장에서 만났을 당시 친절하기 그지없었다. 초창기에는 입장료도 없이 그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나,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지 기업화한 것이 현재의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양들에게 먹이주기 체험은 사람을 순한 양으로 길들여준다겨울과 봄을 제외하고 야생화와 설원이 펼쳐지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면양에게 직접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 뿐만 아니라, 눈밭을 뛰어다니며 양들에게 먹이를 주며 느끼는 동심의 세계에 빠진 어른들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 겨울철 팁이라면 사람들이 밟고 다닌 눈길은 빙판만큼 미끄러워 주의해야 한다. 낙상 사고도 간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산악용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등산화는 필수이고 방한용품과 등산화에 눈이 스며들지 않게 방지해 주는 스패츠의 착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오래전 영동고속도로의 최정점이었던 대관령휴게소에서 대관령 준공비를 올라 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 그곳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의 풍경이 아찔하다.
황태덕장 하면 인제의 용대리가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으나, 대관령도 그에 못지않다. 황태요리로는 오히려 용대리 보다 한수 위. 용평에서 맛있는 황태요리는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 오삼불고기 맛집으로 정평이 난 곳도 들러 보자.
다음으로 들려 볼 곳은 고랭지 채소밭으로 유명한 안반데기.
안반데기의 백미 고랭지 설원안반데기는 떡메를 치는 안반 같은 땅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안반덕’의 강릉 방언이기도 하며, ‘안반덕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 양곡을 지원받아 개간이 시작되어 1965년을 전·후한 시기에 마을이 개척되었으며, 1995년 주민들이 개간된 농지를 불하 받으면서 완전히 정착하였다.
안반데기의 행정지명인 대기리는 큰 터가 자리하고 있어 ‘한터’, ‘큰터’, ‘대기’라 칭하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인문지리지인 「여지도서」에도 ‘대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때의 대기리는 구정면 지역이었다. 1916년 20여 개의 마을을 병합한 후 대기리라 칭하고 상구정면에 편입시켰다. 대기리는 1917년 면제개혁 때 상구정면이 왕산면으로 개칭되면서 왕산면 관할이 되었으며, 처음엔 3개리였으나 안반데기가 개간되면서 화전민들이 이주하자 안반데기를 대기 4리로 편재하였다. - 이상 안반데기 마을 소개에서 발췌.
거대한 풍력발전소의 프로펠러
전하는 말에 의하면 거지왕 김춘삼이 4,19 군사혁명으로 갱생의 길을 간다는 사명을 띠고 그의 식솔들을 데리고 화전을 일구던 이곳을 개간했다고 전하기도 하는데 확인된 바 없다.
안반데기는 행정구역 상 강릉시에 속하고, 정선을 오가는 415번 지방도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이곳도 대관령과 비슷한 적설량을 보이지만 고랭지 밭에는 의외로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바람이 강해서 내리는 눈이 쌓이기보다는 날리면서 막상 밭에는 적설량이 많지 않다. 대신 마을을 오가는 도로의 바람이 잦아드는 곳에 차곡차곡 쌓여, 쌓인 눈이 키를 넘는 곳도 있다. 혹한의 바람은 자칫 귀와 손가락에 동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겨울의 설원을 즐기고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방한에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안반데기 최고의 전망은 이곳의 정점인 멍에전망대 주차장에서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웅장한 소리를 들으며, 맞은편 펼쳐진 고랭지 밭의 설원을 보는 것이다. 척박한 이 땅에서 삶을 개척하며 살았을 선조들을 생각하면 전망대 이름이 왜 멍에전망대라고 명명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곳을 찾을 유의해야 할 사항있다. 겨울철에 한정되어 적설이나 블랙아이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오가는 차량의 안전을 위해 그때그때 도로 제설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예상치 못한 폭설로 갇힐 수도 있다. 안반데기를 오갈 때는 기상예보를 주시하고, 마을 입구 안내판의 주의사항을 잘 따라야 한다.
멍에전망대 가는 길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