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오성 기자
바다거북이 기후변화와 해양 플라스틱 오염으로 생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최근 제주 지역 해양 정화 활동 중 바다거북 사체 두 구를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사체는 종 확인 및 유전자 분석을 위해 제주대학교로 이송됐으며, 분석 결과는 WWF의 글로벌 DNA 데이터베이스 ‘쉘 뱅크’에 등록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5월 23일 ‘세계 거북이의 날’을 앞두고 나왔다. 이 날은 미국의 비영리 단체 ATR이 거북이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개체 수와 서식지 보전의 필요성을 조명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비닐봉지를 먹이로 착각한 매부리바다거북 영상 갈무리(© Shutterstock / Krzysztof Bargiel / WWF)
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에서 해초지대 유지, 산호초 건강 증진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산란지 온도 상승과 해양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생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바다거북 개체군의 성비를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다거북의 성별은 알이 부화할 때 모래의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섭씨 29.1도 이상에서는 암컷이, 그 이하에서는 수컷이 태어난다.
WWF-Australia에 따르면 최근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역에서는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확인돼, 수컷 1마리에 암컷 116마리에 이르는 심각한 불균형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WWF는 퀸즐랜드 대학교와 협력해 산란지의 모래 온도를 낮추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늘막 설치, 바닷물 살포 등 둥지 냉각 기술을 통해 성비 균형 회복과 산란지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도 바다거북에게는 치명적이다. 비닐봉지, 폐어망 등에 얽혀 부상을 입거나, 이를 먹이로 착각해 삼켜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CSIRO와 선샤인코스트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1조각만 섭취해도 사망 확률이 22%에 달하고, 14조각 이상 삼켰을 경우 그 확률은 50%로 치솟는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수행한 사체 부검 조사에서, 34마리 중 28마리의 위장에서 총 1280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바다거북 한 마리당 평균 38개의 플라스틱을 삼킨 셈이다.
WWF는 제주 지역의 해양 보호를 위해 지역 단체 ‘디프다제주’와 협력해 지속적인 정화 활동과 생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2구는 두모리와 애월 해안에서 각각 수거됐다.
WWF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이라는 이중 위협 속에서도 바다거북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과학 기반의 보전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박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