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정윤배
명상정원 모래톱 끝 풍경/사진=정윤배 작가대청호는 금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인공 저수지이다. 댐이 조성될 때 행정구역이었던 충청남도 대덕군과 충청북도 청원군의 앞 글자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1975년에 착공하여 1980년에 완공되었으며, 저수량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소양호, 충주호 다음 세 번째로 큰 호수이다. 대청호의 발원지는 전북 장수군으로 진안군을 거쳐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충남 금산군을 굽이굽이 돌아 대청호에 모인다. 대전, 청주지역의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이다.
현암정에서 본 대청호
대청호 오백 리
대청댐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조금 어려운데 그나마 가장 편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대전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대전 버스 72번, 대전 버스 73번이 각각 2시간마다 온다. 의외로 청주 쪽에서는 대청댐으로 가는 버스가 전무하다. 애초에 대청댐으로 가는 길이 절벽을 따라 형성된 굉장히 험한 왕복 2차로 굽은 길로 경사도가 상당히 급해, 일반 시내버스가 다니기는 무리다. 그나마 청주콜버스의 문의면 지역 고정노선이 대청댐 인근 오가리를 지난다. 다만, 대청댐과의 연계가 좋지 못하므로, 대청댐으로 가려면 차라리 407번 타고 신탄진으로 와서 위의 72, 73번을 타는 게 제일 쉽다.
굳이 댐에 가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청호'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문의문화재단지나 청남대로 가는 것이 좋다. 보은이나 옥천의 경우는 군 안에서도 외곽 중의 외곽인지라 댐은 고사하고 하루에 딱 한 대 지나가는 농어촌버스만 대청호 인근으로 가기 때문에 사실상 못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외에도 대청호 인근 보은군 회남면에서는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63번이 하루 15번, 청주 오동육교에서 출발해 피반령을 넘어서 오는 216-1번 버스가 하루 6번 운행 중이다. 자동차를 타면 신탄진 IC 또는 문의 청남대 IC에서 내린다. 특히 청남대를 가려 할 경우 문의면에 있는 매표소에 먼저 들러야 하기 때문에 문의 청남대 IC로 접근하는 것이 편리하다.
마산동 쉼터에서 숲을 지나면 나타나는 호반의 모래톱
수평의 호반을 양분하는 나 홀로 섬의 나무 한 그루대청호 오백 리 길은 21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4구간에 해당되는 명상정원이 대청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내륙의 친수공간에서 유일무이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륙의 댐이 산악지형에 둘러싸여 있어 호반으로의 접근이 어려운데 반해, 대청호는 수면으로의 접근이 용이하다. 마산동 쉼터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는 길 초입새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깃들여 있다. 숲을 빠져나와 호반에 이르기 전 잔잔한 수면과 모래톱이 자아내는 풍경은 대청호, 그것도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유일한 풍경이다.
명상정원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갈수기 때는 모래톱으로 이루어져 육지와 연결이 되지만, 우기철이 되면 댐 수위가 높아져 섬이 되는 탓에 나 홀로 섬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기도 한 곳. 그곳에 나무 한그 루가 대청호의 편안한 스카이라인과 수직, 수평으로 분할하며 랜드마크로 자리한다. 이 일대가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 다른 곳에 비해 풍경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소소하게 촬영장이었음을 표시해주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드넓은 하늘을 담고 있는 대청호의 수면, 날이 쾌청하면 쾌청한 데로, 날이 흐리면 흐린 데로 이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만 같은 곳이 이곳 대청호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바람 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중세 유럽풍의 수생학습식물원 전경
대청호 오백 리의 숨은 비경을 하루에 다 볼 수 없기에 꼭 집어 봐야 할 곳이 천상의 정원으로 알려진 수생식물학습원이다. ( http://www.waterplant.or.kr/) 입장객 인원 제한이 있어 현지에서 매표를 하기보다는 실시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학습원 인터넷에 접속해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마치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하게 하는 학습원 일대를 둘러보는데 느린 걸음으로 2시간 소요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글귀를 만나게 되는데, 그중 하나, ‘바람 보다 앞서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에 유독 눈길이 머문다.
순백색의 차광막이 드리워진 테라스에도 앉아 보고, 딱 한사람 기도 드릴 수 있는 예배당에도 들어가 보고, 매우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성루에 올라 대청호 호반 풍경과 학습원 전경도 둘러보자.
부소담악 인근 호반에서 명상하는 사람대청호 오백 리의 명소를 다 둘러보려면 세밀한 지도 분석과 인터넷 검색을 통한 사전지식이 따라야 하지만, 드라이브로 대청호 한 바퀴 돌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말이 되면 대전, 청주지역 자동차 동호회가 총집합하는지라 현암정 휴게소가 만남의 장소로 편의점도 있고 슈퍼카도 볼 수 있다.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