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태 기자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불화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하고, 고려와 조선 시대에 제작된 희귀 전적 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길이 약 14m에 달하는 대형 불화로,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장엄하게 표현한 보살형 입상 형식의 괘불이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사진=국가유산청 제공
1627년(조선 인조 5년)에 조성된 이 작품은 현재까지 확인된 괘불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사례 중 하나로, 장엄신 괘불 형식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법회를 치를 때 걸어두는 대형 불화로, 조선 후기에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해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꾸준히 조성됐다.
이번 국보 지정은 지난 1997년 이후 약 30년 만으로, 작품의 예술성, 완전성, 사료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화기를 통해 제작자와 제작 연대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으며, 붉은색과 녹색의 강렬한 색채 대비와 밝고 온화한 중간 색조의 조화로 종교화로서의 숭고함과 장엄미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려와 조선 시대의 전적 3건도 보물로 지정됐다.
첫 번째 보물은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으로, 당나라 승려 징관이 지은 화엄경 주석서에 송나라 승려 정원이 해설을 덧붙인 경전이다. 1087년 고려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에서 들여와 간행한 것으로, 국내에는 유일하게 남은 해당 판본이며, 보존 상태 또한 뛰어나다.
두 번째는 ‘삼봉선생집 권7’이다. 조선 개국공신이자 정치사상가인 정도전의 문집으로, 조선 세조 시기인 1465년 안동에서 간행된 중간본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지정본에는 정진과 정문형의 발문 및 간행 관계자 기록이 함께 실려 있어, 문집의 전래 및 편찬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마지막 보물은 고려 중기 학자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이다. 비록 전체 41권 중 일부만 남은 영본이나, 현존하는 자료 중 가장 오래되고 인쇄 상태가 우수한 판본이다. 고려시대 관료의 개인 문집이라는 희소성과 함께, 교정·간행 과정이 명확히 기록된 서지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료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된 국보·보물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소유자와 협력하여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엔미디어=전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