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2025 재팬모빌리티쇼’ 기아관 전경. 왼쪽부터 PV5 슈필라움 글로우캐빈, PV5 패신저, PV5 카고/사진=기아 제공
기아가 일본 전기차 밴(EV Van)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기아는 29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빅사이트(Tokyo Big Sight)에서 개막한 ‘2025 재팬 모빌리티쇼(2025 Japan Mobility Show)’에서 다목적 전동 밴 ‘PV5’를 일본 현지 최초로 공개하고, 2026년부터 일본 EV 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본 진출은 일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와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기아는 향후 EV 밴 및 PBV(Purpose Built Vehicle, 맞춤형 모빌리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일본 시장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았다.
기아의 PBV 사업은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PV5는 한국과 유럽에서 판매 중이며, 2026년에는 일본을 비롯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PBV를 중심으로 한 일본 시장 공략은 기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차별화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는 전용 플랫폼 기반의 EV 기술력과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일본 사회가 직면한 탄소 감축 과제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아는 지난해 일본 종합상사 소지츠(双日·Sojitz)와 현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소지츠는 에너지, 금속, 화학, 식품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B2B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도전(Sustainability Challenge)’ 비전 아래 탈탄소 사회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합작법인 ‘기아 PBV 재팬(Kia PBV Japan)’을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판매–서비스–운영’ 전반에 걸친 안정적 현지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6년 일본 시장 진출 첫해에 8개 딜러와 100개 서비스센터를 확보하고, 이후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6년 일본에서 공식 출시되는 PV5는 PBV 전용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넓은 실내 공간과 전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갖춰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기아는 이를 통해 일본 고객의 다양한 운행 목적과 산업적 요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 김상대 부사장은 “기아의 일본 진출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PBV 사업의 조기 안착을 이루고, 일본 사회의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PV5, 일본 시장 맞춤형 EV 밴으로 현지 수요 대응
기아는 이날 미디어 발표회를 통해 일본 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PBV 사업 추진 의지를 공식화했다.
PV5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일본 전동화 상용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물류 증가, 인력난, 지역 교통 공백 등 일본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PV5는 ‘플렉서블 바디 시스템(Flexible Body System)’을 적용해 차체·도어·테일게이트 등 주요 부품을 모듈화했다. 이를 통해 고객의 필요에 따라 퍼즐처럼 조립해 최대 16가지 차체 구성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전용 기능인 V2L(Vehicle-to-Load)과 V2H(Vehicle-to-Home)을 탑재해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도 비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4695mm의 전장과 1895mm의 전폭, 5.5m의 회전 반경을 확보해 일본의 좁은 도로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운행을 지원한다.
기아는 2026년 PV5 패신저(Passenger)와 카고(Cargo) 모델을 우선 선보인 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모델과 후속 모델 PV7을 2027년에 추가해 일본 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다양한 PV5 라인업 전시…“공간을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자유자재로”
이번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기아는 ‘공간을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자유자재로(Space to Move, Business to Flex)’를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기아는 △승객용 PV5 패신저 △화물용 PV5 카고 △교통약자 이동 지원형 PV5 WAV △캠핑 콘셉트 모델 ‘PV5 슈필라움 글로우캐빈(Spielraum Glow Cabin)’ 등 총 4대를 전시하며 PBV의 다양한 활용성을 강조했다.
PV5 패신저는 399mm의 낮은 스텝과 775mm의 넓은 출입구 구조로 전 연령대가 편리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내외 V2L 기능도 갖춰 캠핑·피크닉 등 야외 활동에 적합하다.
PV5 카고는 확장된 적재 공간과 다목적 수납공간을 갖추고, 12.9인치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플릿(Fleet) 고객이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PV5 WAV는 휠체어 이용자의 측면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모델로 평가된다.
‘PV5 슈필라움 글로우캐빈’은 기아의 PBV 기술력과 LG전자의 공간 솔루션을 결합한 캠핑 콘셉트 모델로, 냉장고·오븐·와인셀러 등 편의 설비를 갖춰 차별화된 프리미엄 야외 경험을 제공한다.
기아는 이 외에도 △브랜드 콘텐츠 존 △부착형 액세서리 플랫폼 ‘기아 애드기어(Add Gear)’ △재활용 기술 기반 10종의 지속가능 소재 전시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해 지속가능 모빌리티 브랜드로서의 비전을 강조했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