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건설기업집단 중흥건설이 총수 2세가 소유한 계열사에 10년간 3조 2096억 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흥건설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문제의 중심은 정창선 회장의 아들 정원주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중흥토건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중흥건설은 지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중흥토건 및 그 계열사 6곳이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총 12건)에 대해 총 24건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유동화 대출에 무상으로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다.
업계 통상관행과 달리 중흥건설은 해당 사업에 시공 참여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대가 없이 신용을 제공한 것이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계열사 무상 신용보강 제공 행위 거래구조/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이 같은 지원 덕분에 중흥토건은 자체 신용으로는 확보가 어려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특히 ‘광교 C2’ 등 대형 개발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2021년엔 시공능력 5위 대우건설을 인수해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기업집단 내 핵심사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2023년 중흥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정원주 중심으로 재편되며 2세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제공한 무상 신용보강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 기회를 막은 심각한 사익편취 행위”라며, “그 결과 중흥토건과 그 계열사들은 총 6조 6780억 원의 매출과 1조 731억 원의 이익을 올렸고, 최대 수혜자는 정원주 개인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배당금 650억 원과 급여 51억 원을 챙겼으며, 지분 가치도 급상승했다.
이번 제재는 신용보강을 통한 부당지원 행위를 적발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특히 "명칭이나 형식을 불문하고, 특정 계열사의 이익만을 위해 제공되는 신용보강은 명백한 법 위반"임을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중흥건설에 90억 원, 중흥토건을 비롯한 6개 계열사에 총 90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으며, 향후 동일한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금지명령도 함께 내렸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부동산 개발업계 내 사익편취·부당지원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 시 엄정 제재를 예고했다.
[경제엔미디어=김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