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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청산도 느리게 걷기
  • 기사등록 2025-05-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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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촬영지/사진=정윤배 작가‘느림의 미학’ 드리워진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시티로 선정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우시티 운동은 점점 빨라지는 현대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자는 의미로 출발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볼 수 있는 경치는 극히 드물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를 경치를 감상할 목적으로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청산도는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된 완도 여객선 터미널을 출발하면서부터 느림의 미학은 시작된다. 완도와 청산도의 직선거리는 19.2km. 차로 간다면 20분이 안 걸리는 거리를 배를 타고 50여 분 만에 도착한다. 그것도 페리호에 차를 선적하느라 줄을 서 있어야 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느리게만 가는 시간이 청산도의 시간. 그런데 그 50분이 금방 간다. 다도해의 절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속세와 번뇌를 내려놓는 청산도 뱃길육지와 멀어질수록 바다색은 얼마나 깊고 푸른가. 완도의 랜드마크, 완도타워가 아스라이 멀어지면 청산도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섬으로의 여행은 현실 세계와 물리적인 거리 이상으로 심상의 세계를 분리 시켜준다. 세속의 번뇌를 잊는데 드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청산도항 방파제에서 한가로이 낚시질을 하는 사람이 만약에 관광객이라면 그 사람은 정말 청산도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짧은 일정 중에 청산도는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섬의 크기에 비해 많다. 그 많다는 것은 상대적일 수 있는데, 꼭 들러봐야 하는 곳마다 발길을 부여잡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하는 성격 급한 사람은 애당초 청산도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 ‘느림의 미학.’을 세계에서 아시아 최초로 알아보고 슬로우시티로 지정하지 않았겠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청산도의 가옥들청산도는 섬은 좁지만 아무래도 길지 않은 여정으로 돌아 보려면 차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차 없이 뚜벅이 여행자라도 섬의 노선버스가 마을 곳곳마다 구석구석 데려다준다. 일주도로라고 해야 마라톤 코스 보다 짧은 섬이 청산도. 

 

제일 먼저 들릴 곳이라면 한국의 명화 중 한 손가락에 꼽히는 서편제 촬영지 셋트장이 있는 곳이다. 당대에 히트했던 드라마 ‘ 봄의 왈츠.’ 촬영지와 인접해 있다. 벌써 이곳까지 이동하는 동안 초행의 청산도 여행이라면 그 풍경에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길. 반호를 닮은 발아래 펼쳐진 해변 풍경은 밭과 길이 어우러져 두고두고 보고픈 풍경이다. 아름다운 길을 보고 있노라면 풍경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그 길을 절로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트장 주차장에서 보고 휙 간다면 청산도에 온 보람을 걷어 차는 일.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그 길을 걸어 보아야 한다. 그것도 느리게, 청산도의 풍광이 소곤소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서편제 촬영지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청산도다음으로 들러봐야 할 곳은 범바위, 그 옛날 이 조그마한 섬에 육지에서 호랑이가 헤엄쳐 왔을까 싶은데, 바다에서 보면 범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예부터 범바위라 불린다. 범바위는 두 개의 암봉인데, 작은 것은 아기범, 큰 것은 어미범이라고 한다. 이 범바위는 자성을 띠고 있어, GPS가 보급되기 전 나침판을 이용한 항해를 할 때 이 앞바다를 지나게 되면 나침판이 회전해 방향을 잃고는 했다고 전해진다. 범바위에 올라보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안게 되어 마치 하늘을 비상하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을 받게 된다.

 범바위에서 본 바다색이 깊고 푸르다

 어미범에서 본 아기범다음 행선지는 구들장논. 한국의 섬들이 대부분 산악지형의 비탈로 이루어져 이곳에서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계단식 논을 만들어야 했다. 그 논의 바닥을 이루는 곳에 구들장 형태의 돌을 깔았다 하여 구들장 논이라고 한다. 구들장논의 전경을 보려면 아무래도 시선이 확보된 건너편으로 가야 한다. 신풍리마을회관에서 원동마을회관으로 가는 다랑치길에서 보는 것이 감상 포인트. 아기자기한 집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서기 전 꼭 들러봐야 할 곳이 동촌리 돌담길. 청산도의 풍경에 반해 이곳을 찾았다, 이 마을의 돌담의 매력에 빠져 이곳 돌담길만 전문으로 사진에 담는 사진작가가 있을 만큼 등촌리 돌담은 섬사람들의 애환과 그 세월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계단식 구들장 논

썰물 때라면 신흥해변의 드넓은 백사장을 볼 수 있다. 작은 만을 이루는 해변의 모래톱이 저 멀리 바다까지 펼쳐져 있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추측건대 청산도의 해변 중 서편제 촬영지에서 내려다 본 해변 풍경과 쌍벽을 이루는 청산도의 아름다운 해변이다. 다도해의 도로가 지형의 여건상 넓지 않아 초보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곳도 있지만, 그 점이 섬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신흥해변의 일출섬의 일몰을 보고 싶다면 서쪽에, 일출을 보고 싶다면 동쪽에 숙소를 잡는 것이 아무래도 편리하다. 섬이 크지 않으니 봐뒀던 포인트에 차를 대고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요령. 여행의 또 다른 재미라면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지만, 섬 여행에서는 조금 참아주시라. 대부분의 식료품이 육지에서 공수되는 탓에 아무래도 물가도 비싸고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섬 여행의 고수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음식점도 육지만큼 흔치 않으니 손수 해먹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묘미이다. 인접한 완도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복 양식장. 아는 사람은 안다는 청산도 양식장의 전복은 완도의 전복 보다 한수 위라고 하면 억지 춘양까지는 아닐 것이다. 김도 청산도 김은 알아준다. 전복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청산도 섬 안에 있는 식당의 전복 맛은 꼭 보라고 하고 싶다.

 

배편은 사정에 의해 변동될 수 있지만 완도 앞바다가 잔잔하여 시간은 잘 지켜지는 편이다. 그래도 바다는 모르는 일이니, 섬을 들고 날 때는 항상 여객터미널의 배편을 숙지하고 있거나, 터미널에 문의해야 일정에 차질이 안 생긴다.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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