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남극에서 어미의 입으로 먹이를 받아 먹고 있는 새끼 황제펭귄 영상 갈무리(©WWF)
매년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이 날은 남극 겨울이 시작되기 전, 황제펭귄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를 기념해 제정됐다. 특히 미국 맥머도 남극기지 근처에서 이들의 이동이 자주 관측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 날은 기후위기와 서식지 파괴로 위기에 처한 펭귄을 보호하고 그 보전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남극을 대표하는 황제펭귄은 현재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준위협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은 바로 기후변화와 어업 활동이다. 해빙 면적이 점점 줄어들면서 번식지와 먹이터가 함께 사라지고 있어, 황제펭귄의 생존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자연보전기관 WWF는 옥스퍼드 대학교와 시민과학 플랫폼 ‘쥬니버스’와 협력해 ‘펭귄 워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펭귄의 개체 수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양보호구역(MPA) 지정과 지속 가능한 어업 정책 마련 등 보전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황제펭귄은 펭귄 중 가장 크며, 키가 115cm에 달한다. 한 번 짝을 이루면 평생을 함께 하며, 번식과 육아도 공동으로 책임진다. 암컷은 알을 낳은 후 먹이를 찾아 최대 50km를 이동하고, 수컷은 알을 발 위에 올린 채 ‘육아 주머니’로 감싸 2개월간 추위 속에서 알을 품는다. 이 기간 동안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영하 수십 도의 혹한을 견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감소는 황제펭귄의 번식지와 먹이터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번식 실패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주요 먹이인 크릴과 오징어의 수량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황제펭귄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잠수 조류 중 하나로, 평균 200m, 최대 565m까지 잠수하며 20분 넘게 수중에서 사냥할 수 있다. 그러나 해양 생태계 변화로 먹이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들의 사냥 능력도 제한되고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황제펭귄의 대표적인 생존 전략 중 하나인 ‘허들링(huddling)’도 위협받고 있다. 이는 수천 마리의 펭귄이 몸을 밀착해 군집을 이루며 체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혹한의 남극에서 이 전략은 생존의 핵심이지만, 개체 수 감소로 인해 무리를 이룰 수 있는 수가 줄어들면서 이 생존 방식조차 무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펭귄은 단지 귀엽고 신비로운 존재가 아닌, 극지 생태계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다. ‘세계 펭귄의 날’을 맞아, 지구 곳곳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이들의 일상에 더 많은 관심과 실질적인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