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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비수구미로 떠나는 오지 단풍여행
  • 기사등록 2024-10-1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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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가을과 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어느 해에는 가을이 왔나 싶은데 겨울이 오고, 봄이 왔나 싶은데 여름이 오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올겨울은 혹한이 예상된다고 하니 더더욱 가을 가는 것이 아쉽다. 단풍 현상은 혹한의 겨울을 나기 위한 식물의 지혜, 수분을 함유하고 있으면 영하의 기온에 조직이 팽창해 터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자연적인 현상이다. 수분이 사라지며 그제야 식물이 가지고 있는 제각각의 색을 들어낸다. 그 변화가 우리에게 화려한 대자연의 예술 작품을 선사한다.

 

▲비수구미 단풍터널 / 사진=정윤배 작가

 

가을의 색 단풍은 해발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다. 단풍은 기다리면 내게 오지만, 성급한 마음에 길을 나서고 싶을 때도 있는 법. 가을을 길게 보내고 싶은 방법은 단풍 전선을 따라 길을 떠나는 것이다. 기상청과 국립공원에서 발표한 단풍 예상도를 따라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도 좋고, 평상시 가보고 싶었던 곳을 메모해뒀다 여행지로 삼는 것도 방법이지만 제일 좋은 여행지는 마음이 가고 시선이 가는 곳을 정하는 것. 도심의 단풍은 아직 이르고 단풍의 성지라는 설악산과 오대산 일대의 고산에서의 단풍을 즐기려면 산을 타는 어려움이 따른다. 단풍을 즐기기에 편한 방법 중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만산홍엽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차가 밀리지 않는 한적한 지방도와 군도를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가을의 경관을 느긋한 마음으로 즐겨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화천군청 소재지에서 460번 지방도인 평화로에 들어서면 구절양장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나올 정도의 곡선이 연속이다. 육지 속의 섬, 오지 중의 오지 비수구미 가는 길은 쉽지 않기에 그 신비함과 기대감이 크다. 해산터널과 평화로는 80년대 평화의 댐을 짓기 위해 개설한 도로의 선형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지어진 도로이다 보니 어느 구간의 산굽이를 돌아 나갈 때면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깊은 코너 구간을 몇 번 지난다. 한때는 최북단, 최고 높이, 최장 길이를 자랑하던 해산터널을 지나면 오늘의 단풍 트레킹의 시작점인 해오름 쉼터에 도착한다. 화천에서 20여 킬로 떨어진 곳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어려워 반드시 동행 차량을 이용해 비수구미를 오가는 선착장에 차를 주차해 놓아야 차를 회수할 때 편리하다.

 

왠지 신비함 마저 품은 지명, 비수구미계곡의 단풍터널은 차를 주차해 놓은 해오름휴게소의 철문을 들어서는 순간 시작된다. 오르막 한 번 없는 내리막의 연속으로 간혹 계곡과 만나기도 하고, 담과 소를 지나기도 한다. 길이 내리막이라고는 하나, 산 중에 난 임도이고 길의 보수가 제때 이루어지기 어려워 등산화는 반드시 신어야 한다. 비수구미 트레킹의 시점에서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약 6km, 내리막이어도 계곡과 단풍을 즐기려면 2시간 30분은 소요된다. 중간중간 아름다운 장소를 만나면 각자 준비해온 간식을 펼쳐 놓는 것도 이 길의 즐거움. 일행의 이야기 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곳이 오지의 매력.


▲계곡 단풍을 사진에 담는 즐거움

 

그렇게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육지 속의 섬, 파로호에 갇혀 섬이 된 비수구미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이라고 해야 4가구가 살고 있어 고즈넉하다. 초행의 길이라면 식당의 규모에 놀랄 것, 이 지역 산나물이란 산나물은 다 모여 나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일부러 이곳 산나물 뷔페를 맛보러 화천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오기도 한다. 비수구미 마을을 떠나려면 파로호의 조용한 수면을 가르는 모터보트를 타고 선착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10여 분의 짧은 이동시간이지만 심리적인 격리감은 그 이상이어서 별천지에 와 있는 듯하다.


▲운무에 쌓인 파로호 상륙작전

 

다음 들려 볼 곳은 평화의 댐. 평화의 댐을 지을 당시 화천 읍내에는 마을의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하는데, 성금이라며 당시 걷은 그 돈은 직장인들의 월급이고 학생들의 코 묻은 돈이었다는 사실은 꼭 알고 가자. 평화의 댐은 높이 125M, 길이 601M로 2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단 댐은 1987년에서 1989년까지 1단계 공사로 마무리되었고, 2002년 9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단계 공사가 완료되었다. 화천 비목공원은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공원으로, 6.25 전쟁의 아픔과 희생을 기리는 곳이다. 이곳은 가곡 ‘비목’의 탄생지. 노래는 1960년대 중반, 평화의 댐 북쪽에 있는 백암산 계곡에서 한 청년 장교가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그의 젊은 넋을 기리는 시를 짓고, 이후 작곡가 장일남이 곡을 붙여 비목이라는 가곡이 탄생했다. 비목공원에는 비목 탑과 무명용사의 돌무덤 조형물, 산목련 조형물, 노래비 등이 있다. 노래비는 비목공원 주차장 입구에 세워져 있으며, 가곡 비목의 가사가 적혀져 있다. 비목 탑은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순국한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화천군민의 정성을 모아 세운 탑이다. 비목공원은 평화의 댐 서쪽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평화의 댐과 파로호 호반을 조망할 수 있다.


▲평화의 댐 비목공원

 

딴산유원지는 높이 80M의 인공폭포와 노지 스타일 캠핑장, 토속어류 체험관 등이 있다. 수도권에서도 인기 있는 오토캠핑장으로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무료야영장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무료인 만큼 편의시설은 수세식 화장실과 야외 데크만 갖추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모든 취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가야 한다.


▲딴산폭포


하루 일정이 남았다면 이번에는 화천 산소길 100리 중 한 곳인 ‘살랑교’와 ‘숲으로 다리’를 둘러볼 차례. 살랑교는 출렁다리로 전체 290M 중 120M가 투명유리로 되어 있어 건너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면서 고도감을 즐기는 재미가 더해진다. 파로호의 하류로 북한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으로 인기 높은 ‘숲으로 다리’는 건너면 북한강 위로 설치된 부교를 따라 걷는 즐거움이 있다.


▲화천산소길 부교


▲해질 무렵 파로호

 

화천 읍내에는 맛있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그중 추천한다면 ‘강원나물밥 채원’은 독일인 셰프와 들렸다 맛집으로 인정한 곳이기도 하다. 비수구미에서 단풍을 즐기고 점심을 먹는다면 비수구미민박식당(033-442-0145)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것이 확실하다.


[경제&=정윤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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