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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호젓한 산사 나들이 3선
  • 기사등록 2024-09-14 07:51:57
  • 기사수정 2024-09-19 10: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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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한다는 처서가 지나고, 찬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지났지만 무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한가위 명절이 5일까지 길게 이어지니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그렇다고 여름휴가 다녀와 한 달여 남짓, 장거리 여행을 꾸미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럴 때 찾기 좋은 곳이 사찰이다. 거대한 종교시설을 보면 위로를 찾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규모에 위압감을 느끼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현대인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가족들과 혹은 마음 맞는 지인들과 집에서 멀지 않은 자그마한 사찰을 찾아보자.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 일대 / 사진=정윤배 작가


[두물머리 내려 보이는 운길산 수종사]

수종사는 남양주시 조안면의 운길산 9부 능선에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곳으로 우리말 두물머리에서 비롯한 양수리 일대 산과 강이 빚어낸 풍경의 전망이 절의 자랑. 신라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말년의 조선 세조가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강원도 오대산을 다녀오다 이곳에 하루 거처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토굴 속에 18나한상이 있고,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로 들렸다 하여 수종사라 명명하게 되었다.


수종사의 단아한 경내


차를 주차하고 불이문을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시작되고, 해탈문을 지나면 종무소와 다실인 삼정헌이 있다. 절의 규모는 아담하지만 그 규모가 짜임새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절에는 7개의 국가 보물과 유형문화재가 있으며, 국가 명승 제106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두물머리 일대 전망이 빼어나다. 경내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된 팔각오층석탑과 제157호인 조선 세종 21년에 세워진 부도가 있으며, 세조가 중창할 때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은행나무도 두 그루 남아 있다. 이 은행나무에서 보는 북한강의 풍경이 또한 절경이다. 이러한 이유로 명승지에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거처했었으며 서거정, 정약용, 겸재 정선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나무에서 본 북한강


이처럼 수종사의 산수는 비록 그 해발 높이는 낮지만, 주위 경관이 빼어나 한국 100대 명산에서도 수도권 최고의 등산 산행지로 꼽는다. 예봉, 적갑, 운길산 종주의 시작점이자 종점이기도 한 곳. 종주 코스를 보고 싶다면 절의 계단을 내려서 다시 주능선으로 붙는 가파른 된비알을 10분쯤 올라가면 종주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사찰 보다 계곡이 유명해서 오히려 한적한 묘적사]

묘적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가 창건한 1,300년의 법력이 서려있는 사찰이다. 계곡의 유명세에 비해 절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규모가 크지 않은 절의 동선을 따라 걷는데 노약자와 동반해도 힘들지 않은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묘적사돌담


차를 세우고 경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선 체험관인 무영루를 지나 사천왕상을 지나쳐야 한다. 이곳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꼭 절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인사하는 마음이라면 종교에 연연하지 않으며 예를 갖추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대웅전은 보수를 위해 해체하고 임시 대웅전이 손님을 맞는다. 부처님을 알현하기 위해서라면 섭섭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묘적사를 권하게 된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고즈넉한 산사를 찾아 힐링하기 위함이니 임시 대웅전을 뒤로하고 팔각칠층석탑과 그 뒤의 도량을 둘러보자.  

 

산령각가는길


묘적사를 추천한 가장 큰 이유는 산령각과 석굴암으로 가는 짧은 계단길에 있다. 그 오고 가는 짧은 길을 에워싸고 있는 돌담의 풍경이 오롯하게 마음에 남으려면 그 길 위에 서서 잠시 시간을 가져 보자.


산사에내려앉은이른가을


묘적사를 찾는 길은 덕소, 삼패 나들목과 화도 나들목 사이 86번 지방도를 따라가야 한다. 해발 587미터의 비교적 낮은 백봉산 자락에 있지만 절을 오가는 길을 따라 계곡이 아기자기하다. 묘적사는 가수 이효리가 템플스테이 했던 곳으로도 입소문이 나기도 했던 절이다.

[뜨락에서 강화갯벌을 내려다 보다-강화도 정수사]

강화도 마니산은 10부 능선에 올라 종주 내내 좌우 측으로 강화 일대의 평야와 서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등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종주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정수사를 천천히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기에는 일정이 바쁜 탓일까? 등산로 옆에 있지만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여행과 등산을 즐기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정수사 뜰에서 내려다보는 강화갯벌의 밀물과 썰물 보는 맛이 일품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발끈한다. 산행을 위해서도 잠시의 휴식을 위한 드라이브에서도 그 어느 곳에 비해 정수사를 많이 찾았지만, 정수사에서 바다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단다. 자료사진을 찾아보니 정수사에서 바다가 들고나는 것을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지인에게 증빙자료를 보여 줄 수 없어 안타까움이 들었고, 일종의 의무감으로 어느해 추석 무렵 지인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기 위해 정수사를 찾았다.


강화도 정수사


갈 때마다 정수사 그 좁은 뜨락을 거닐며 보았던 바다를 보기 쉽지 않았다. 무엇인가 착각을 했던 것일까. 본인이 정수사를 갔을 때는 시기적으로 겨울이거나, 신록이 우거지기 전 간절기였던 탓에 그 나무 사이로 강화의 바다를 정수사 뜨락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상대적으로 지인은 낙엽이 진 뒤에는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그 계절에는 정수사를 찾지 않았던 것. 그제야 오해가 풀렸다. 지인은 녹음이 짙은 계절에 정수사를 찾았고, 나는 낙엽이 거의 지고 난 뒤 정수사를 찾았던 것이다. 그러니 지인은 녹음에 가려 강화의 바다를 볼 수 없었던 것.


정수사 대웅전 꽃창살

추석 무렵, 녹음이 울창한 정수사 뜨락에서 강화의 바다를 보기 쉽지 않았다. 바다 쪽 뜨락을 한참이나 서성이고서야 바람결에 일렁이는 녹음 짙은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바라를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 적당한 거리감으로 주는 여행의 즐거움과 차를 타고 절까지 올라갈 수 있는 편리함으로 찾던 정수사는 그렇게 또 다른 깨달음을 일러주었다.

함허대사 부도탑

이 글을 읽은 독자가 정수사를 찾는다면 조용한 산사의 새소리와 풍경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강화의 바다를 찾아보시기를 바란다. 강화도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대 회정선사가 창건하였다. 절의 대웅전이 고려 시대까지 유행하였던 맞배지붕으로 보물 제161호 정수사 법당과 향토유적으로 함허대사 부도가 있다.

 

[경제엔=여행잦가 정 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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