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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물도리동 하회마을로 떠난다
  • 기사등록 2024-09-07 10:33:26
  • 기사수정 2024-09-07 10: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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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표현하는 모든 수식어를 총동원시킨 뜨겁던 여름도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 앞에 무색해지고, 가을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는 계절이다. 한낮의 태양이 아직 뜨겁기는 하나 가을로 들어서는 이즈음은 도보를 이용한 답사여행에 안성맞춤의 계절이기도 하다. 안동은 ‘양반의 고장’ 한국의 전통 반가 문화양식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땅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사림 문화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사상과 학문의 고장이기도 한 곳. 현대에 와서도 전통을 간직한 양반문화 민속문화의 양태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어느 지역 보다 민속 경관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 

 

부용대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 / 사진=정윤배 작가


[낙동강 휘도는 물도리동 하회마을]

여행의 첫 경유지는 서안동 I.C.에 인접한 하회마을 일원으로 잡는 것이 여행일정의 동선을 잡는데 유리하다. 하회마을은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73세 생일 기념 방문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를 서술한 징비록의 저자인 서애 류성룡의 집성촌으로 마을 전체가 문화유산 1,324호로 지정받아 보존되고 있다.


하회마을의 고샅길


낙동강이 흐르며 산태극, 수태극 태극문양을 만들어 풍수지리학 상 최고의 양택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배산임수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마을은 연화부수형 곧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형상을 띤 지형이다. 마을 내에는 전통 고택의 건물 형식을 알아볼 수 있는 북촌대, 남촌대 등의 전통가옥과 서애 류성룡의 문물이 전시되어 있는 충효당과 양진당, 겸암정사, 옥연정사 등 고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삼신당의 소원나무 


마을 앞에는 우거진 송림 숲 사이로 유유히 낙동강이 흐르며, 건너편에는 부용대라는 절벽이 있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나는 부용대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은 이곳 하회마을을 더욱더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하게 해준다. 섶다리를 건너 산비탈을 오르면 옥연정사와 화천서원, 겸암정사를 꼭 들러 보자. 전통가옥의 역사적 건립배경과 의의를 살펴보지 않아도 각각 고건축이 지니고 있는 품격과 주변 경관이 하회마을의 고건축과 또 다른 매력으로 기억에 남는다.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는 데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짧게 잡아 2시간이지 마을에서 마련한 전통체험과 문화유적의 역사를 꼼꼼히 살펴보려면 1박 2일도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그만큼 하회마을은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오래 머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여행지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3월부터 12월까지 마을 입구 하회별신굿 탈놀이 전수관에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탈춤 공연이 열린다.


담연재의 우편함


여기서 재미있는 미션 과제 하나를 제안해 본다. 하회마을 담연재에는 마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사자 입처럼 생긴 석조물이 있다. 지나는 과객에게 여비를 보태 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하는 이것은 그 옛날 하회마을까지 찾아갔던 과객이라면 심상치 않을 터, 그에게 넌지시 노잣돈을 놓아두고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게 해준 하회마을의 인덕을 엿볼 수 있어 후대에 전한다.


병산서원 대청마루와 만세루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 병산서원]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마을의 뒤편에 자리 잡은 병산서원을 반드시 들러보자. 병산서원은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취화선’의 촬영이 이루어졌을 만큼 주변 풍광이 뛰어나다. 조선 말기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서도 제외되었던 사림 문화의 유구한 역사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서애 류성룡과 아들 류진을 모신 서원으로 사적 제260호인 병산서원 앞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울창한 삼림이 우거진 산세와 어우러져 있는 강변에는 취사와 야영을 겸할 수 있어 여름철 강수욕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1박 2일 여정이라면 이곳을 들러보자. 흔히 안동을 사림 문화가 융성한 유교의 고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 인근에는 고려 시대 융성했던 불교 유적지가 즐비하다. 안동 시내에 있는 동부동 오층전탑, 운흥동 당간지주, 신세동 칠층전탑 등은 꼭 들러봐야 할 불교 유적이다. 안동민속촌과 민속박물관은 1976년 준공된 안동 다목적댐으로 인해 수몰된 이 고장의 민속자료를 옮겨와 전시해 놓은 곳이다. 민속촌 내에는 경북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까치구멍집이 눈길을 끈다.

해가 지고 나면 안동민속촌 오가는 길에 월영대의 신비로운 조명이 눈길을 끈다. 인근에는 맛집들도 즐비해 저녁 식사 후 월영대의 화려한 조명을 즐기며 거닐어 보기를 적극 권한다. 안동의 지역 음식으로는 안동 간고등어가 나오는 헛제사밥과 오래전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던 안동찜닭을 꼽는다. 관광지 주변의 음식점보다는 안동세무서 인근 음식점이 현지인들의 맛집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


봉정사 영산암

봉정사는 천등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은 사찰로서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극락전이 있는 사찰이다.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의 맞배지붕으로 부석사 무량수전과 같은 배흘림기둥 위에 포작이 있는 주심포식이다. 대웅전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것으로서 현존하는 다포계 건물로서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제비원은 본래 영남에서 서울을 오가는 길에 묵어가는 여관 역할을 하던 곳이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들고 나는 곳으로 민간신앙이 싹들 법도 한 곳이라 제비원이 있던 뒷산 바위에는 민간신앙이 가득 담긴 미륵불이 세워졌다. 이천동 마애여래입상은 제비원 석불로도 알려져 있다. 보물 제115호인 석불은 높이가 2.4m에 불과하지만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 그 위용이 대단하다.

안동 시내에서 동쪽 임하댐에 자리 잡은 지례예술촌은 조선 숙종 김방걸 선생의 종택인 지촌종택과 지촌제청 및 지산서당이 임하댐의 건설로 인하여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이곳으로 이전하여 창작 예술촌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회의 장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전통생활학습장, 유교연수원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한국 속의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전통가옥으로 여행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종가 제례의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동 일대 유적지는 안동 시내를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로 분포되어 있어 안동의 이모저모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안동 시내에 숙박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병산서원도 안동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곳 중 첫째 손가락에 꼽는다. 안동 세무서 주변에는 깨끗한 숙박시설과 주차장을 동시에 갖춘 곳이 즐비하다. 전통가옥에서의 숙박을 원한다면, 수애당과 지례예술촌, 하회마을의 민박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하회마을의 입장료는 5,000원, 부용대 일대 낙동강에서 한국식 불꽃놀이를 만나볼 수 있는 선유줄불놀이는 조선시대 하회의 선비들이 즐기던 낙화놀이로 9월 28일, 10월 5일, 11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여행 일정과 맞는다면 월영대의 야경과 선유줄불놀이 중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펼쳐지는 낙화놀이의 관람을 추천한다.

 

[경제엔=여행작가 정 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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