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철 기자
청주교도소 청사 전경/사진=법무부 교정본부 갈무리
일본 법무성이 118년 만에 형법을 개정하면서 기존의 ‘징역형’과 ‘금고형’을 폐지하고, 이 둘을 통합한 새로운 형벌 제도인 ‘구금형(拘禁刑)’을 도입해,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형벌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단순한 자유 제한을 넘어서 수형자의 사회 복귀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일본은 징역형(懲役刑)과 금고형(禁錮刑)을 구분하여 운용해왔다.
징역형은 강제 노동 의무가 있는 형벌로 중범죄에 적용되었고, 금고형은 노동 의무 없이 수감만 하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고형 수감자도 자발적으로 노동에 참여해 왔으며, 이러한 노동 중심의 교정 체계가 사회 복귀를 위한 시간 확보와 재활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법무성은 이번 개정을 통해 교정의 목표를 ‘규율’에서 ‘회복’으로 전환하고, 모든 수형자에게 개인 특성에 맞춘 24가지의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약물 중독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형자들이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맞춤형 교정교육과 사회 복귀 지원이 강화된다.
류코쿠대 하마이 코이치 교수는 “이제는 교도소가 사회로부터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어 재소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이번 형법 개정의 배경에는 높은 재범률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법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신규 수감자 중 약 55%가 재범자이며, 이는 지난 20년간 큰 변화 없이 지속돼 왔다.
특히 생계가 어려운 고령자들이 절도나 무전취식 같은 범죄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복지 사각지대를 교정시설이 떠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등은 수감자에게 외부 노동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하마이 교수는 “수형자의 회복을 위한 공공 담론이 확산되어야만 제도의 성공적 안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아직도 일본의 개정 이전처럼 징역형과 금고형을 구분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징역형(형법 제41조 )은 일정 기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어 노동 의무를 포함한 자유형을 수행하며, 일반적으로 중범죄자에게 선고된다. 금고형은 역시 수감형이지만, 노동 의무가 면제되며 주로 경제범죄나 과실범죄에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금고형 선고가 매우 드물며, 대부분의 자유형은 징역형으로 선고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금고형 수형자도 자발적 노동 참여가 가능해 일본과 유사한 점도 많다.
하지만 재범률 문제는 한국 역시 심각하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형 집행을 마친 수형자의 3년 내 재범률은 약 22~27%에 달하며, 특히 재범률이 높은 절도·사기 등 경범죄 수형자에 대한 회복 중심 정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일본의 형법 개정은 형벌의 본질을 ‘처벌’에서 ‘회복과 복귀’로 전환한 중대한 사례로,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고령화와 취약계층 범죄가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개별화된 회복 프로그램 도입과 사회와의 연계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형벌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형자를 격리하고 통제하는 시대는 끝나야 하며, 출소 이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형벌의 목적이 단순한 응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한국도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시점이다.
[경제엔미디어=장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