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기자
동원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어군 탐지 전용 드론이 참치 어군을 찾기 위해 비행하고 있다/사진=동원산업 제공
동원산업이 세계 최초로 어군 탐지(어탐)에 특화된 전용 드론을 개발하고 이를 조업 현장에 본격 투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수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기술 기반 수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헬리콥터나 범용 드론이 어군 탐지에 활용됐지만, 설계 단계부터 어탐 전용으로 개발된 드론이 실전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된 이 드론은 현재 선망선 ‘오션에이스호’에 우선 탑재됐으며, 오는 2026년까지 총 13척의 선망선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동원그룹의 기술 개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종합기술원이 주도했다. 2023년 설립된 이 조직은 현재 동원산업 기술 부문으로 개편돼 그룹 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어탐 드론은 국내 드론 제조 전문기업 ‘프리뉴’와 협업해 개발됐으며, 비행시간과 속도, 무선 통신 거리, 바람 저항력 등 해양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췄다. 특히 이동 중인 원양 선박에서도 자동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높은 실용성을 자랑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헬리콥터와 범용 드론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데 비해, 어탐 드론은 전기 배터리로 작동해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이 없다. 동원산업은 향후 전면 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연간 약 20만 리터의 연료 절감과 함께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탐 드론은 안전사고 위험이 낮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며, 고밀도 배터리를 통해 연간 비행 시간이 기존 드론 대비 2배 이상 길어졌다. 최대 비행 속도는 120km/h에 달해 이동 중인 선박이나 참치 떼보다 빠르게 조업 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
동원산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 어탐 소프트웨어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이 소프트웨어는 참치 떼가 멸치를 포식할 때 생기는 ‘백파(白波)’를 정밀 식별해 어군의 위치를 추정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관제 시스템에 전달해 조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이번 어탐 전용 드론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독자 기술로 글로벌 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안정성과 경제성, 친환경성을 모두 갖춘 어탐 드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어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원산업은 1979년 국내 최초로 헬리콥터 탑재 선망선을 도입한 데 이어, 2022년에는 범용 드론을 활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조업 방식을 혁신해왔다. 그러나 헬리콥터는 안전성과 환경 면에서 한계가 있었고, 일반 드론은 해상 운용의 복잡성으로 인해 고장 시 재가동까지 3~4개월이 걸리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 이번 어탐 드론의 상용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며, 연료비 등 조업 비용을 최대 6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