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정윤배
우도봉에서 본 제주 성산 일대 오름들 / 사진=정윤배 작가
제주에서 단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면 서슴없이 우도를 추천한다. 우도 일주를 하는 25인승 마을버스를 타고 해안 도로와 우도봉 아래까지 다녀와도 좋고, 밭과 밭 사이, 돌담길을 따르며 차갑지 않은 제주 바다의 바람을 맞는다. 우도는 장방향의 길이가 1.4km, 단방향의 길이가 1.1km이고 최고 높이인 우도봉이라고 해도 최대 고저차가 해변부터 시작해도 132m를 넘지 않는다. 대한민국 면 소재지 중에서 가장 작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를 하루만 둘러봐야 한다면 왕복 여행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도에서 하루 지낸다면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제주의 모든 것이 우도에서 보고 느낄 수 있어서다.
밭과 밭 사이 돌담길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올레길기필코 우도팔경의 예를 들지 않아도, 멀리 제주의 바다를 가르며 지나는 어선들의 행렬, 켜켜이 쌓인 우도의 세월을 지층으로 보여주는 검멀레해변의 석벽, 아열대의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백색 산호초가 제 생명을 다하고 부서지고 무너져 해변에 쌓인 산호사해수욕장, 우도의 모습과 한라산을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는 우도봉에서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거침없는 조망,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오밀조밀 돌담길,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휘도는 우도의 바람.
우도 올레길 1-1코스에서 본 동쪽 해안
우도팔경 중에는 시간과 기후가 맞아야 볼 수 있는 풍경들도 있다. 물때가 맞아야 들어갈 수 있는 동안경굴, 주간명월 그 안에서 낮에 뜨는 달을 보려면 태양의 기울기 즉 황도의 경로가 동굴 안으로 햇빛이 들어야 볼 수 있다.
검멀레해변에서 본 후해석벽
육지의 공항에서 제주에 도착 우도에 다시 입도하기까지 거리와 시간 보다 성산항에서 우도를 가는 배편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멀게 느껴지고,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을 건너는 특별한 경험에서 온다.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섬에 드는 순간 한 번쯤은 고립을 꿈꾸어 본다. 불가항력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든 사회와 단절되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고립의 기회를 노리는지도 모른다.
간조 때 갈 수 있는 동안경굴
우도는 그렇게 자아 독립의 절박한 순간에 찾아야 우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단체관광으로, 마음 맞는 친지들과 오순도순, 왁자지껄 몰려다녀서는 우도의 진면목을 알기는커녕 즐길 거리 없는 심심한 관광지가 되고 만다.
우도봉과 등대
우도에 하선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도의 관광 지도를 구하는 일이다. 성산항에서나 우도 여객선 터미널에서나 지도는 늘 비치되어 있기 마련. 만약에 터미널에 없다면 항구 근처 편의점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다. 이정표와 표지기가 잘 되어있는 올레길을 따라 걷는 것이 가장 편하다면, 우도의 북쪽 끝단을 볼 수 없다. 우도는 섬이 작아 길을 잃어도 그만이다. 우도에서 일박할 계획이라면 일출과 일몰 모두 우도봉에서 맞는 것이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우도는 가릴 것이 없어 어디에 있던 바다를 볼 수 있는 섬. 계획했던 길에서 벗어나면 의외의 장소에서 나만이 간직할 수 있는 풍경을 만난다. 과감히 관광 안내지도 밖으로 진격해 보자. 그러니 우도에서는 쳇바퀴 돌 듯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사람의 곁이 그립다면 하고수동 주변이나 천진항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박을 계획하고, 오로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민가와도 동떨어진 숙소를 잡아도 안심이다.
우도봉에서 본 성산 일출봉 제주국제공항에서 성산항까지 급행버스 간격 30분으로 하루 19편,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성산항에서 출발, 우도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일기에 따라서는 배편이 취소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버스 시간과 여객선 터미널 배편 시간은 꼭 알아두어야 하고, 항시 여유 시간 1시간은 두어야 다음 일정에 차질 없다.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 064-782-5671, 우도 천진항 대합실 064-783-0448.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