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정윤배
금오산은 해발 976.5M의 높이로 구미시와 김천시, 칠곡군에 걸쳐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도립공원이다. 구미시라고 하면 흔히 산업공단으로 세워진 계획도시여서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오산 정상 현월봉 아래 자리 잡은 약사암과 그 주변 암봉과 구미의 시가지가 펼쳐 놓은 전경만으로도 전국의 명승지에서도 손에 꼽는 곳이다. 금오산이라는 명칭은 이곳을 지나던 삼국시대의 승려 아도가 저녁노을 속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 지은 것에 유래한다.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이라고 일컬어졌다. 그 이전에는 대본산이라는 지명이 있었고, 중국의 오악 중 한 곳인 숭산을 닮았다 하여 남숭산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금오산은 천 미터가 안되는 산이지만 산세가 웅장하고 3대 지자체에 둘러싸여 있어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다. 그중 케이블카가 세워진 금오산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출발하는 등산로가 일반적이지만, 금오산 주변도 둘러보는 코스로 해발 210미터에 위치한 형곡전망대를 산행 기점으로 삼는다. 형곡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금오산 제2 주차장 왼편에 나 있는 순환도로를 따른다.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길이지만, 여름철을 제외하고 산책 삼아 걷기 딱 좋은 거리와 경사도, 오가는 길에 근래에 지어진 사찰 법성사에 들려 고즈넉한 산사의 정적을 느끼고, 사찰의 가람 사이로 보이는 금오산 정상의 암봉을 즐기는 맛도 함께 한다.
형곡전망대에서 구미시의 전경을 바라봤다면 도로 우측, 산비탈로 접어드는 등산로에서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길이 익숙하지 않거나, 산길을 자주 잃는 사람들은 주등산로인 주차장과 케이블카 현월봉 정상으로 향하는 일반적인 등산로를 따르는 것이 좋다. 등산로 표지는 잘되어 있어 적지봉을 지나 효자봉 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효자봉과 인근 엄마봉이라 별칭이 붙은 봉우리에는 앉은뱅이가 된 어머니와 효자 아들의 갸륵한 효심이 전설로 내려온다. 법성사를 들머리로 삼았다면 형곡전망대와 효자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이따금씩 뒤돌아보며 숨을 돌리는 재미도 있다. 완만하던 능선은 암릉이 시작되면서 두 손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곳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인적이 드물기는 하나 이 지역 주민들의 한적한 등산로로 자주 찾아 오전에 찾는다면 길을 잃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된비알을 1시간 정도 치고 올라오면 약사암 텃밭이 나타나고, 요사채와 종루가 있는 곳에 데려다준다.
금오산은 약사암이 있는 현월봉 주변에 그 기운이 집중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약사암은 약사전과 삼성각, 종루, 요사채 4개의 가람으로 현월봉 기암절벽 아래 잘 짜여진 성곽처럼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정상 일대는 분지를 이루고 있고 그 아래쪽은 칼날 같은 절벽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산세가 가파른 산세의 정상은 현월봉과 약사봉, 보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약사암은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한다. 당시의 유적으로 전하는 것은 없다. 현존하는 전각들도 모두 근대에 세워진 것이다. 약사암의 중심 전각은 약사전인데 기암절벽 아래 남향으로 건립돼 있고 요사채가 자리하고 있다. 약사전에 봉안된 석조약사여래좌상은 수도산 수도암 황악산 직지사의 약사불과 함께 3형제 불상이라고 불리며 세 불상이 함께 방광했다고 한다.
암봉의 기암절벽과 조화롭게 자리한 약사암의 전경을 보려면 동국제일문이라는 사찰의 일주문 역할을 하는 문을 나와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을 올라야 한다. 등산로를 따르다 보면 뜬금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주차장처럼 보이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오래전 미군부대가 상주했던 자리로 군사보안 상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이다. 현월봉 정상에 오르면 시계가 거침없이 이어진다. 구미 일대 들판을 지나 안동과 경주까지 시계가 펼쳐진다. 현월봉에서 약사암을 바라보면 기암절벽 아래 아늑하게 둥지를 튼 모습이 모든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 줄 것 만 같은 영험함이 깃들어 있다.
하산은 할 때 들러봐야 할 곳으로 도선국사가 정진했다는 도선굴과 대혜폭포는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 하산의 발길은 상대적으로 가볍기 마련이다. 도선굴은 암벽 아래 거친 바위에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철책으로 보호하고 있으나 주의를 요하는 길. 조심히 발길을 옮기다 보면 굴에 이르른다. 대혜폭포는 이런 곳에 웅장한 폭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의외의 반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 이곳저곳에는 산성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옛날 내륙 깊숙한 이곳까지 왜적이 쳐들어 왔다는 아픔이 서려 있는 상흔. 구미의 너른 들판은 왜적들의 식량 창고 역할을 했을 것이다.
금오산도립공원 주차장 주변은 구미 일대 나들이 장소로 유명하다. 금오저수지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로 이어져 있어 들고 나는 길 운치 있는 명소. 제 2 주차장 일대 맛집들이 운집해 있고, 금오산야영장은 주차시설과 샤워시설을 잘 갖춘 지자체가 관리를 잘하고 있어 사계절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독특히 해내고 있다. 구미는 낙동강을 끼고 있어 독특한 초지를 품고 있다. 이른바 마니아들 사이에서 아프리카 대초원인 세렝게티를 닮았다 해서 구미 세렝게티라는 별칭으로 불린지 오래. 낙동강체육공원의 구미야영장, 산양리 매학정 일원에 가면 낙동강과 함께 독특한 초지가 펼쳐지는 갈색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분위기 있는 곳에서 한잔 생각이 난다면 새로운 구미의 명소로 자리 잡은 쿠바콜키지바를 찾는다. 손님이 입맛에 맞는 술을 직접 가져와 저렴한 콜키지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구미시 송정대로에 자리하고 쿠바콜키지바 0507-1458-6694로 전화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여행작가 정윤배 / ochetuz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