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사장 /사진=한화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 한화는 31일 공시를 통해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4.86%), 김동원 사장(3.23%), 김동선 부사장(3.23%)에게 각각 증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증여로 인해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로 조정된다. 세 아들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의 지분율 합계가 42.67%에 이르게 된다.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료됐다.

김승연 회장은 증여 이후에도 한화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며,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영 자문 및 해외 사업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해소하고,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및 한화오션 지분 인수를 승계와 무관하게 추진하며,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증여로 인해 승계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해외 투자 목적 유상증자와 관련된 억측도 해소될 전망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투자 실기는 곧 도태’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또한, 한화오션 지분 인수 역시 승계와 무관한 글로벌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오해도 지분 증여를 통해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도 해소될 전망이다.

지분 증여에 따른 세 아들의 증여세 납부액은 2218억 원(3월 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으로 추산된다. 한화그룹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과세된 세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다.

앞서 2006~2007년 김 회장이 한화 지분 일부를 증여했을 당시, 세 아들은 1216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한 바 있다. 또한, 김 회장은 1981년 역대 최대 규모인 277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과세 기준 가격은 4월 30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간의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이는 상장회사 내부자 주식 거래 사전 공시제도에 따른 조치로, 주가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한화 주가는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발표 이후 상승하여 3월 10일 5만23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년간 2~3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2017년 이후 8년 만에 5만 원을 넘은 것이다. 3월 31일 기준 한화 주가는 4만950원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지분 증여를 계기로 승계 논란을 마무리하고,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등 국가 핵심 산업에 집중하여 기업가치를 높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경제엔미디어=김재호 기자]